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이 교도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수감된 교도소에서 10일 오전 숨진 채 발견
성매매 혐의 인정되면 최고 45년 징역형 예상
" 플리바게닝 전력…재산 이미 보호" 전망도

수십명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66)이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P통신, ABC 방송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엡스타인이 10일(현지시간) 오전 6시30분께 뉴욕 맨해튼의 메트로폴리탄교도소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교도소 관계자들은  엡스타인이 독방에서 반응없는 것을 발견하고 그를 인근 장로교 맨해튼 종합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이미 심정지 상태여서 곧 사망선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엡스타인은 지난달 26일에도 교도소에서 자살 시도를 한 적 있다. 당시 그는 교도소 바닥에 쓰러진 채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고, 목 주변에는 멍 같은 타박상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엔  자살방지감시대상에서 해제된 직후에 숨진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의 거부 엡스타인은 2002∼2005년 뉴욕과 플로리다에서 20여명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매매한 혐의로 지난달 초 체포됐다. 성매매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최고 45년의 징역형이 예상됐었다.  

엡스타인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측이 고인의 재산을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엡스타인이 사망하면서 형사재판에 따른 재산 몰수 가능성은 사라졌다. 하지만 피해자의 변호사들은 민사소송을 예고하며 엡스타인의 재산이 피해자 보상에 쓰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FT에 따르면 엡스타인이 법정에 신고한 그의 순자산 규모는 5억5900만달러(약 6799억원)다. 14세 소녀에 대한 학대가 벌어졌다고 의심되는 뉴욕과 플로리다의 저택도 포함됐다.

한 엡스타인 피해자의 변호사인 로버타 캐플런은 "내 고객을 대신해 어떤 일이 있어도 그것(엡스타인의 재산)을 얻어내겠다"고 밝혔다.

엡스타인의 유언장이 존재하는지와 재산 상속자가 누구인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엡스타인은 정식으로 결혼한 적이 없고 알려진 자식도 없다. 지난달 보석 석방을 요청하면서 그는 형제 마크를 공동 보증인으로 지정했다.

엡스타인의 피해자 중 2명을 대표하는 리사 블룸은 엡스타인의 자산 동결을 촉구했다. 그는 "엡스타인이 초래한 평생에 걸친 상처에 대한 완전하고 공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미 2008년에도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로 검사와 플리바게닝(감형협상)을 진행한 바 있는 엡스타인이 손을 써뒀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엡스타인은 당시 종신형 위기에 처했지만 플리바게닝 덕에 13개월만 복역했다.

플리바게닝 이후 피해자들을 대표해 민사 소송을 진행했던 애덤 호로비츠는 "그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불리한 주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재산을 보호했으리라고 본다"며 "그의 재산 상당 부분이 보호된다 해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엡스타인은 2008년 당시 연방검사장을 지냈던 알렉산더 어코스타 전 노동부 장관은 '봐주기 수사'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달 12일 결국 사임했다.

엡스타인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 유명 인사들과 친분을 쌓았던 것으로 알려져 그의 사망을 둘러싸고 음모론도 나오고 있다.

연방수사국(FBI)와 법무부는 엡스타인의 구체적인 사망 경위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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