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메릴랜드주 포트미드의 미 국가안보국(NSA) 본부 전경

[월드투데이 심재민 기자]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인터넷 보안용 암호화방법을 거의 다 깰 수 있는 양자 컴퓨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보도는 NSA의 무차별적 정보수집 실태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이 제공한 자료를 토대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 에드워드 스노든

WP에 따르면 NSA의 양자 컴퓨터 개발은 7천970만 달러(한화 840억8천만원)가 드는 '주요목표 관통'이라는 조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추진됐으며 대부분 작업이 메릴랜드주(州) 칼리지 파크의 연구실에서 비밀리에 이뤄졌다.

지금의 컴퓨터보다 기하급수적으로 처리 속도가 빠른 양자컴퓨터의 개발은 과학계의 오랜 목표였다. 대규모 양자 컴퓨터는 은행거래와 의료·산업·정부의 기록 보호 등에 사용되는 거의 모든 암호화 방식을 깨는 데 이용될 수 있다.

WP는 NSA의 연구 내용이 전부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스노든이 제공한 자료로 볼 때 NSA가 과학계 일반의 연구 수준을 앞선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스콧 아론슨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전기공학과 부교수는 WP에 "아무도 모르게 NSA가 앞서갔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양자 컴퓨터 개발에는 유럽연합과 스위스 정부가 후원하는 실험실들이 주로 매달리고 있는데, 이들과 마찬가지로 NSA 역시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점진적인 진척을 보이는 정도라는 것이다.

WP는 NSA가 국가안보 영역에 양자 컴퓨터 활용을 추진하는 동시에 두려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근거로 NSA 자료에 "양자 기술을 암호화 방식에 적용하면 국내 통신을 보호하고 외국 정부의 통신을 엿들으려는 미국 정부의 능력에 엄청난 위협이 된다"고 나와 있다는 점을 들었다.

NSA는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대해 해명을 거절했다.

양자 컴퓨터의 개발이 가까운 미래에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제프 포쇼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는 지난해 영국 일간 가디언에 "최근 연구들이 대규모 양자 컴퓨터 개발을 낙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했지만, 세스 로이드 MIT 양자기계공학과 교수는 최근 WP와의 인터뷰에서 "(대규모 양자 컴퓨터 개발까지) 아주 작은 진척을 보인 것뿐"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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