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난민 출신 일한 오마 미 하원의원(가운데)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 발언을 비판하고 있다.

미국 민주당의 하원의원인 라시다 틀라입과 일한 오마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이스라엘 정책을 앞장서 비판해온 의원들이다.

이스라엘을 비판하던 미국 민주당 의원 두 명에 대해 이스라엘 입국이 금지됐다.

틀라입은 디트로이트의 팔레스타인 이주민 가정에서 태어났고, 오마는 소말리아 난민 출신이다.  두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는 등 인종차별적인 발언의 표적이 된 당사자들이다.

예루살렘포스트 등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성명을 내고 “틀라입과 오마는 미국 의회에서 이스라엘 보이콧을 부추긴다”면서 이들 의원 두명의 이스라엘 입국 금지조치를 발표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압박’에 이스라엘이 움직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성명에서 이스라엘 보다 미국 의회를 존중하는 나라는 없지만, 이스라엘의 법은 자국을 보이콧하는 사람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2017년부터  이스라엘에 대해 보이콧 운동을 벌이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산발적으로 시행돼 왔다고 예루살렘포스트는 설명했다.

아르예 데리 이스라엘 내무장관은 틀라입과 오마 의원에 대한 입국 금지를 알리는 성명을 냈다. 데리 내무장관은 성명에서 “이스라엘은 미국과 긴밀한 동맹으로 미국을 존중하나, 이스라엘을 해칠 의도가 있는 사람을 입국시킨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호응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스라엘의 두 미국 의원에 대한 입국 금지가 발표되기 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이스라엘의)오마 의원과 틀라입 의원의 방문 허용은 엄청난 취약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두 의원이 “이스라엘과 모든 유대인을 증오한다"고 비판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의사결정에 개입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스라엘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미국 민주당은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나섰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15일(현지시간) 홈페이지 게재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소식을 듣고 깊은 슬픔에 빠졌다"고 밝혔다.

그는 "깊이 실망스럽다"며 이스라엘 정부가 이번 입국거부를 번복하길 기도한다"고 했다. 이어 "틀라입, 오마 의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입국거부는 나약함의 신호이며, 위대한 나라 이스라엘의 품위를 떨어뜨린다"고 했다.

그는 또 "이들 의원들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은 무지와 결례의 신호이자 대통령 집무실의 품위를 낮춘다"고 발언, 그간 오마 의원 등을 향해 반이스라엘 낙인찍기 및 인종차별 공세를 이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날을 세웠다.

유대인인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트위터를 통해 "미 하원 구성원에 대한 입국금지는 강인함이 아니라 약함의 신호"라며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와 미국 내 이스라엘 지지를 해칠 뿐"이라고 비판 목소리를 냈다.

대선 경선 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역시 트위터를 통해 "오마, 틀라입 의원에 대한 이스라엘 및 팔레스타인 입국금지는 미 하원과 선출된 지도자, 그리고 민주주의 원칙에 대한 엄청난 무례의 신호"라며 "이스라엘 정부는 이번 결정을 번복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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