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대책위원회 2기 출범을 앞두고 내홍

▲ 동양투자에 투자해 손해를 본 피해자들이 데모를 하고 있다.

[월드투데이 = 김시연 기자]

동양그룹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투자 피해자들이 계열사별로 각자도생 조짐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와 피해자들에 따르면 최근 피해자 모임 중 가장 큰 규모였던 동양그룹 권자 비상대책위원회가 2기 출범을 앞두고 내홍을 겪었다.
분란의 주된 원인은 동양과 동양레저·동양인터내셔널 투자자간 이해관계 상충으로 전해졌다.
사태 이후 비대위는 채권자협의회 내에서의 발언권 확대를 위해 동양그룹 계열사에 투자한 개인들로부터 위임장을 받아 왔다.
법원이 동양 회사채 투자자에 대해서만 채권자 지위를 부여하면서 갈등의 씨앗이 생겼다. 동양 채권의 회수율을 높이려면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 채권의 회수율을 낮춰야 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양 투자자의 경우 대규모 감자 및 출자전환을 통해 기존 주주들의 지분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데 이 경우 최대주주인 동양레저 투자자는 큰 손실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동양과 인터내셔널, 동양레저는 채무채권관계가 얽혀 있어 한쪽이 더 먹으면 한쪽이 덜 먹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비대위 대표가 동양에만 투자한 상태란 점도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 투자자들의 불안을 부추겼다.
결국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 투자자들은 별도 모임을 꾸리고 비대위에 제출했던 위임장을 단체로 철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동양이 지난 7~9월 7차례에 걸쳐 티와이석세스란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발행한 자산담보부전자단기사채(ABSTB) 투자자들도 원금 회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판단에 별도 행동에 나서는 분위기다.
한 피해자는 “결국 서로 등을 질 수밖에 없는 관계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각자 가진 상품이 우선 아니겠느냐”면서 “늦든 빠르든 이런 상황이 올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피해자들의 각자도생이 사분오열로 이어질 경우 동양그룹에만 유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계열사별로 피해자들이 나뉘는 과정에서 서로를 비난한 결과 감정적 대립이 심각한 상태인 만큼 막상 필요할 때 힘을 합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피해자 입장에선 가능한 힘을 모아 법원에서 자기 주장을 펼치는 것이 중요한데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고 주도권을 누가 갖느냐는 문제도 일부 있는 듯하다”면서 “이런 까닭에 당국 입장에서 피해자 대표와 협의를 하려 해도 잘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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