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유엔총회 연설(사진출처=네이버 이미지)

[서울=월드투데이] 김우정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74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인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비판하지 않았다. 그 대신 "북한은 작년 9·19 군사 합의 이후 단 한 건의 위반이 없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유엔의 최대 관심사인 북한 핵과 인권 문제 등을 비판하지 않고, 평화와 대화만 강조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현실과 동떨어진 '희망적 사고'라고 비판했다. 최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도 '평화경제'를 강조하며 남북 경제 협력을 앞세웠던 문 대통령은 국제 외교 무대에서 그 기조를 그대로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지금 한반도는 총성 몇 발에 정세가 요동치던 과거와 분명하게 달라졌다"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의 장은 여전히 건재하고 남북과 미국은 비핵화, 평화뿐 아니라 그 이후의 경제 협력까지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북 경협은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전제로 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대북 제재 해제를 명시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비핵화를 실천한다면 국제사회도 이에 상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북한 비핵화와 제재 해제의 동시 진행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경제'에 대해 "유럽석탄철강공동체와 유럽안보협력기구가 유럽 평화와 번영에 상호 긍정적 영향을 끼친 사례가 좋은 본보기"라며 "평화경제는 한반도 평화를 공고히 하고 동아시아와 세계 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작년부터 진행된 일련의 남북 정상회담 및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 "의미 있는 성과"라며 "끊임없는 정전협정 위반이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때로는 전쟁의 위협을 고조시켰지만, 지난해 9·19 군사 합의 이후에는 단 한 건의 위반 행위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청와대와 여권(與圈) 인사들은 그간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도발이 남북 군사 합의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한국은 북한과 대화를 계속하며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한 길을 찾아내고 만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평화는 대화를 통해서만 만들 수 있다. 합의와 법으로 뒷받침되는 평화가 진짜 평화이며 신뢰를 바탕으로 이룬 평화라야 항구적일 것"이라며 거듭 '평화'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판문점 회동을 언급하면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의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발걸음이었다. 나는 두 정상이 거기서 한 걸음 더 큰 걸음을 올려주기를 바란다"며 3차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전쟁 불가' '상호 안전 보장' '공동 번영'이라는 3원칙을 거론하며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는 제안도 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간 평화가 구축되면 비무장지대를 북한과 공동으로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을 추진할 것"이라며 비무장지대 내 유엔 기구 유치 등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유엔 연설은 국제사회의 보편적 문제를 통해 국제사회의 호응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며 "평화만 강조하다 보니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을 언급하지 않고 군사합의 자화자찬 등 '희망적 사고'를 나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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