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국정감사에 출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사진=김우정 기자)

[서울=월드투데이] 김우정 기자 = 멕시코에서 누명을 쓰고 3년 넘게 억울한 옥살이를 한 양현정씨가 2일 외교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양씨는 지난 2016년 1월 동생의 약혼자가 운영하는 노래방에 마감을 돕기 위해 잠시 방문했다가 현지 검찰에 성 착취 피의자로 체포돼 산타마르타 구치소에서 1154일 동안 옥살이를 했다. 그는 올해 3월 현지 재판부로부터 최종 무혐의 판결을 받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양씨는 검찰에 체포된 직후 주멕시코 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이모 당시 경찰 영사로부터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검은색 마스크를 쓴 채 국감장에 나온 양씨는 당시 영사관의 미흡한 대처 등에 대한 증언을 마친 뒤 미리 준비해온 입장문을 읽었다.

양씨는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이 자리에 서기까지 너무도 힘들었다”며 “죽을 때까지 떠올리고 싶지 않은 지옥 같았던 1154일을 돌이켜야 하는 게 두려웠고 지금도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정상적인 생활로의 복귀가 가능할지조차 의문인 상황에서 또다시 피의자가 되는 것이 아닌가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이 전 영사가 살인자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인생이 아닌 우리 가족 모두의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아갔다”며 “그에게는 사소한 일이고 영사직을 떠나면서 잊힌 일일 수도 있지만 그의 행동으로 인해 저와 제 가족은 지금도 지옥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이 전 영사가 면회를 와서 ‘스페인어 배우고 좋지요’라며 미소 짓던 얼굴과 수갑 찬 저를 두고 멕시코 검찰 직원들과 농담하며 웃던 장면을 잊지 못한다”며 “정말 마음 같아선 저와 제 가족이 겪었던 지금도 겪고 있는 이 고통들을 이 전 영사에게 똑같이 돌려주고 싶다”고 했다.

양씨는 “지난 3년간 대한민국의 손길을 너무도 기다렸다. 저를 이 지옥에서 구출해주기를 기도하며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끝내 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저는 여전히 대한민국 국민이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것은 국가뿐”이라며 “이제라도 잘못된 일들을 낱낱이 파헤쳐서 바로잡아달라. 더는저 같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게 책임져야 할 사람에게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달라”고 간청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었던 이 전 영사(현 울산 지역 경찰서장)는 태풍 ‘미탁’ 관련 재난 대비와 치안 업무 등에 임해야 한다는 이유로 불출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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