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전경

통도사(通道寺)로 가는 길은 고속도로이다.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오다 경상남도 땅에 이르면 언양 다음 차례에 만나는 인터체인지가 통도사이다. 통도사 인터체인지에서 통도사 매표소(매표소로 이용되고 있지만 영취산문(靈鷲山門)이라는 현판을 달고 있는 웅장한 산문이다)까지는 불과 1㎞ 남짓, 통도사 주차장 입구까지라고 거리를 늘려 잡아봐야 겨우 2㎞를 조금 넘을 뿐이다.

▲통도사 가는 길

통도사로 가는 길은 도로 사정이 좋아 시원스럽다. 큰 산에 깃들인 만큼 푸르기도 하다. 매표소를 통과하고 나면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통행하는 왼쪽 길과 보행자를 위한 오른쪽 길. 어느 길을 택하더라도 잘 자란 아름드리 소나무 숲의 행렬은 갈수록 깊어지고 위대하고 청정하다. ‘어서 빨리’ 통과하고 싶지 않은 이 길은 계곡을 사이에 두고 헤어졌다가 다시 통도사 일주문에서 만난다.

▲개산조각(좌), 자장율사 진영(우)

통도사는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 영축산(靈鷲山)에 있는 삼국시대 신라의 승려 자장율사가 창건한 사찰이며, 우리나라 삼보사찰[三寶寺刹: 佛寶·法寶·僧寶로 일컬이지는 세 사찰] 가운데 하나인 불보(佛寶) 사찰이고 대한불교조계종 제15교구 본사이다.

▲통도사 가람각

2018년 1월에 양산시 기념물 제289호로 지정되었으며, 같은 해 6월에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Sansa, Buddhist Mountain Monasteries in Korea)”이라는 명칭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사찰의 기록에 따르면 통도사라 한 것은, 이 절이 위치한 산의 모습이 부처가 설법하던 인도 영취산의 모습과 통하므로 통도사라 이름했고(此山之形通於印度靈鷲山形), 또 승려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이 계단(戒壇)을 통과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통도라 했으며(爲僧者通而度之), 모든 진리를 회통(會通)하여 일체중생을 제도(濟道)한다는 의미에서 통도라 이름지었다고 한다.

이 절의 창건 유래에 대한 《삼국유사》의 기록을 보면 신라의 자장(慈藏)이 당나라에서 불법을 배우고 돌아와 신라의 대국통(大國統)이 되어 왕명에 따라 통도사를 창건하고 승려의 규범을 관장, 법식(法式)을 가르치는 등 불법을 널리 전한 데서 비롯된다. 이때 부처의 진신사리를 안치하고 금강계단(金剛戒壇)을 쌓아, 승려가 되고자 원하는 많은 사람들을 득도케 하였다.

이렇게 창건된 이 절은 이후 계율의 근본도량이 되었고, 신라의 승단(僧團)을 체계화하는 중심지가 되었다. 창건의 정신적 근거이며 중심인 금강계단은 자장과 선덕여왕이 축조하여 부처의 진신사리를 안치한 이후 오늘날까지 잘 보존되고 있다.

▲통도사 가람배치도

이렇듯 창건의 단초가 된 것이 금강계단인 만큼 통도사의 가람배치 역시 금강계단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때문에 통도사는 금강계단의 위치를 비롯한 전체 가람배치가 무척 독특하다. 통도사는 동서로 흐르는 내를 따라 같은 방향으로 길게 누운 모양으로, 평지에 가까운 경사면에 들어서 있다.

동서로 늘어서 있는 일주문·천왕문·불이문에 이르는 축이 주축이 되고, 이 주축상에 직교하며 각기 독립된 것처럼 보이는 영역이 세 곳 존재한다. 상·중·하로전(上·中·下爐殿)이다.

▲통도사 하로전

통도사 가람배치의 특징을 이루는 첫번째 공간인 하로전은 천왕문을 들어서서 불이문에 이르기까지 펼쳐지는 공간이다. 이 공간의 중심 영역은 남향하고 있는 영산전이며, 각각 좌우에 약사전과 극락보전이 있고, 그 앞에 만세루가 포진하여 가운데에 마당을 만들어낸다. 마당 가운데에는 삼층석탑이 있다.

▲통도사 불이문-세존비각의 중로전 영역

두번째는 중로전으로, 불이문을 넘어서 세존비각에 이르는 공간이다. 이 공간을 독립적으로 놓고 보면, 두 개의 영역으로 다시 나뉜다. 하나는 동서로 흐르는 주축에 직교하여 일렬로 늘어선 관음전과 용화전과 대광명전이며, 또 하나는 세존비각과 관음전·용화전·대광명전이 이루는 축 사이를 비집고 차례로 들어서 있는 개산조당과 해장보각이다. 개산조당 앞에는 1920년에 세운 오층석탑이 서 있다.

▲통도사 상로전 영역

하로전과 중로전에 이어지는 상로전 영역에는 역시 통도사의 가장 핵심 공간이 되는 대웅전과 금강계단이 있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놓고 보면,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신 사리탑인 금강계단이 대웅전 뒤편에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으며 대웅전을 ㄷ자형으로 둘러싸고 명부전·나한전·삼성각·산령각과 일로향각이 들어서 있다.

▲통도사 대웅전 및 금강계단

원시불교인 사리신앙에서부터 계율학, 법화신앙, 미륵신앙, 관음신앙, 화엄신앙, 정토신앙, 약사신앙 등등 마치 불교 신앙의 종합 백화점인 양 불교의 다양한 신앙 형태들이 통도사 내에 각각의 전각으로 표현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세 영역 하나하나가 모두 독립된 사찰을 이루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다.

▲통도사 극락전

통도사 경내와 취서산 남쪽 기슭의 부속암자들을 두루 찾아보고 산문을 나설 즈음에야 비로소 들어갈 때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일주문과 산문 사이의 당간지주이다. 드물게도 지주 사이에 온전치는 않지만 돌로 된 당간의 일부까지 남아 있다. 그래서 당간지주의 쓰임과 원형을 상상하기가 한결 더 수월하다. 통도사의 당간이 힘차게 휘날린 것은 어느 때까지였을까.

▲당간지주

통도사 산문을 나서도록 당간지주를 찾지 못했다면, 그렇다고 발길을 되돌릴 일은 아니다. 보지 못한 것이 있어야, 놓친 것이 있어야, 아쉬움이 있어야 또다시 찾게 되는 법이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건축, 회화, 조각, 역사, 불교 교리의 거대한 집합체인 통도사를 단 한 차례의 방문으로 알려고 하는 그 자체가 욕심이니까.

▲통도사 불이문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에 있다. 경부고속도로 통도사IC로 나서면 길이 다섯 갈래로 나뉘어진다. 이곳 오거리에서 오른쪽 앞으로 난 길을 따라 300m 가면 길 왼쪽에 고려당 빵집이 있는 갈림길이 나온다.

▲통도사 영산전

빵집 앞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600m 가면 통도사 매표소가 나온다. 매표소를 지나 1.3㎞ 가면 통도사 주차장에 닿고, 주차장 앞에서 왼쪽 산으로 난 길을 따라 1.2㎞ 가면(가는 도중 길 왼쪽의 보타암과 길 오른쪽의 취운암을 지난다) 산중 갈림길이 나온다.

이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계속 가면 길 오른쪽에 있는 수도암과 안양암을 지나 자장암에 이르게 된다. 산중 갈림길에서 자장암까지는 2.3㎞이다. 자장암까지는 승용차로 갈 수 있으나 주차하기는 곤란하다.

양산 시외버스공용터미널에서 통도사로는 67번 시내버스가 약 55분 간격으로 하루 14회 다닌다. 부산 동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도 통도사행 버스가 약 20분 간격으로 다니며, 서울·대구에서도 통도사로 버스가 다닌다.

통도사에서 35번 국도를 따라 양산으로 약 5㎞쯤 가다보면 용연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왼쪽 천성산으로 난 7번 시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내원사에 닿는다. 천성산 기슭에 자리한 내원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창건되었다고 전해지지만 한국전쟁 때 모두 소실된 후 다시 재건된 비구니 수도 도량이다. 절로 들어가는 계곡은 일대에서 소금강이라 불릴 만큼 절경을 자랑하고 있어 한번쯤 발걸음해볼 만하다.

절을 감싸고 있는 천성산(812m)은 그리 높지는 않아도 가지산 도립공원에 포함될 만큼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봄에는 온 산을 붉게 물들이는 철쭉 능선이 아름답다. 내원사 입구 매표소에서 정상까지는 약 3시간 정도 걸린다. 내원사 주변에는 숙식할 곳이 여럿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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