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경의 '시선']홍콩의 아픔과 한반도식 ‘일국양제’(一國兩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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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경의 '시선']홍콩의 아픔과 한반도식 ‘일국양제’(一國兩制)
  • 송영섭 기자
  • 승인 2019.10.28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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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경 본부장
▲윤태경 본부장

영국은 1842년 중국과의 아편전쟁 승리대가로 지금의 홍콩을 3단계에 걸쳐 할양받거나 조차했다. 155년 뒤인 1997년 영국과 중국의 합의로 ‘일국양제’(하나의 국가, 두 체제)를 전제로 홍콩 주권이 중국에 반환됐다. 향후 50년간(2047년까지) 외교와 국방에서는 중국이 주권을 갖되 홍콩에는 고도의 자치권 부여, 사회주의 대신 자본주의를 보장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정치, 입법, 사법의 독립성 보장이 핵심 원칙이다.

홍콩은 155년 동안 영국의 식민지로 살아왔다. 못난 가장이 무능력해 문전옥답을 총칼을 든 강도에게 뺏겼다. 그 강도가 알고 보니 인권존중도 해주고 자유, 개방, 평화도 보장해 줬다. 영국식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체제하에서 살아온 세월이 155년이다. 그렇게 뿌리내리고 살다보니 홍콩인의 머릿속에는 중국인보다 홍콩인 정체성이 강하다.

불행하게도 홍콩은 싱가포르처럼 도시국가가 아니다. 홍콩의 지위는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일 뿐이다. 즉 중국내 존재하는 어떤 특별한 행정구역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주권을 되찾은 중국은 홍콩을 중국의식으로 강제하려 했다. 홍콩은 중국인이라기보다 홍콩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인식하고 고양하고 싶어 했다. 충돌은 시간문제였다.

1997년 홍콩주권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홍콩에선 두 차례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있었다. 5년 전인 2014년에는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했으나 실패로 끝났다. 경찰의 최루탄과 물대포를 막기 위해 시민들이 우산으로 맞섰다 해서 ‘우산혁명’으로 불린다. 중국정부는 우산혁명 관여자를 검거 투옥시키고 홍콩독립을 주장하는 정당을 해산시켰다. 주윤발, 유덕화, 양조위 등 홍콩스타 47명을 시위 연루자로 중국에서 퇴출시켰다.

시진 핑 주석은 홍콩시민일부가 반란을 모색했다며 강경 대응했다. 다음해인 2015년, 홍콩의 유명한 서점의 사장 등 일행 5명이 실종됐다. 중국본토로 끌려갔다는 사실을 시민들이 나중에야 알게 됐다. 중국정부가 금지한 도서를 판매했다는 것이 송환이유였다. 시민들은 중국정부가 납치했다고 분개했다.

5년 뒤인 올해 6월과 8월. 2차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5년 전에 비해 규모가 두 배 이상 커졌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의미다. 발단은 금년 3월말 정부의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발의다. 범죄인도 조약 미체결국가라도 홍콩 정부가 범죄인을 인도한다는 게 골자다. 상식적으로 문제될 게 없어 보인다. 그러나 법안이 통과되면 반중, 인권운동가들이 납치가 아니라 합법적으로 중국에 인도될 길이 열린다. 홍콩시민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두려움과 분노가 일었다. 서점주인 납치가 합법적으로 재연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커졌다. 홍콩시민의 법안 반대 핵심이유다.

시위가 연속되자 홍콩정부는 법안 무기연기 입장을 밝혔다. 홍콩시민은 연기가 아니라 법안폐기 공식선언과 행정장관 사퇴를 요구한다. 홍콩 민주화시위는 4달이 지난 지금도 진행 중이다.

민주화 시위 대가는 가혹했다. 홍콩 경제는 이미 만신창이다.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0.5%내외다. 전년 동기의 4.1%에 비해 대폭 축소됐다. 6월 이후 홍콩증시에서 한화 700조원 이상이 증발됐다고 한다. 자금의 해외이탈도 시작됐다. 자금유입보다 유출이 두 배 이상 많다고 한다. 외국금융기관들도 홍콩 철수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관광객 급감으로 휴가철 고급호텔들은 파리만 날렸다고 한다. 국제신용회사들은 홍콩의 신용도를 강등하거나 하향조정했다.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가 고도 자치권이 보장되는 시금석이지만, 중국은 불허입장이다. 주권반환의 전제조건인 ‘일국양제’ 원칙을 중국이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홍콩이 독립국가가 되지 않는 한 2047년에는 ‘일국양제’ 원칙도 종료된다. 홍콩의 아픔이 언제 끝날지, 홍콩의 미래가 어찌 될지 예측 불가다.

중국식 ‘일국양제’ 원칙을 한반도에 적용하면 북한식 고려연방제다. 문재인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는 “남북 국가연합 또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꼭 실현하고 싶다”고 했다. 2017년 대선에서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우리의 국가연합과 거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낮은 단계와 높은 단계 연방제 공통점은 ‘1국가 2체제’다. 반면 국가연합은 ‘2국가 2체제’다.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하는데도 문재인대통령은 공통점이 많다고 주장한다.

중국식 ‘일국양제’의 비정상적 가동이 어떤 불행한 결과를 낳는지 홍콩은 생생하게 보여준다.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염두에 두고 있는 한반도식 ‘일국양제’를 시도해선 안 될 것이다. 유례없는 폐쇄국가·인권탄압 국가인 북한과의 연방제 추진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 더 결정적인 위험은 연방제하에서 북한이 내전을 일으킨다면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연방제 국가 내부문제라서 미국등 국제사회개입도 어렵다. 대한민국의 운명이 풍전등화가 되는 것이다. 홍콩의 아픔을 타산지석으로 삼는 지혜발휘가 필요하다.

송영섭 기자    songinmo50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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