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경의 '시선']자유한국당의 총선 불출마 관전법 : 나는 되고 너는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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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경의 '시선']자유한국당의 총선 불출마 관전법 : 나는 되고 너는 안 돼!
  • 송영섭 기자
  • 승인 2019.11.11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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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경 본부장
▲윤태경 본부장

2004년 1월 초순. 전도유망한 43세의 초선 한나라당 오세훈 의원

“정치개혁보다 개혁의 상실을 경험했다.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자신이 책임지겠다”

2011년 12월 초순. 하버드출신 41세의 초선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

“정당과 국회를 바로 세우기에는 내 역량과 지혜가 턱없이 모자랐다. 직분을 다하지 못한 송구함이 비수처럼 꽂힌다” 그렇게 두 사람은 차기 총선에 불출마했다.

두 사람 다 40대 초반의 초선의원이다. 연부역강(年富力强)하고 능력도 많아 전도가 유망했다. 불출마하라고 누가 등을 떠민 적도 없었다. 가만히 있었으면 재선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그럼에도 부족함을 탓하며 스스로 물러났다. 든자리 보다 난자리가 크게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대중들은 이럴 때 감동을 받는다. 이들의 총선불출마 이후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은 두 번의 대선에서 승리했다.

얼마 전인 10월 15일. 여당의 초선 이철희 의원

“조국사태는 정치권 전체의 책임이다. 나도 책임 있다. 의원 한 번 더 한다고 정치 바꿀 자신 없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조국장관이 사퇴의사를 표명한지 하루도 안됐다.

10일 뒤인 10월 24일. 문재인 영입1호 초선 표창원 의원

“국회가 민생을 외면하고 본분을 망각했다. 무조건 잘못했다. 제가 질 수 있는 만큼의 책임을 지고 불출마의 방식으로 참회하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불출마 명분이나 시점이 절묘하다. 한 사람은 조국사태 책임을, 한 사람은 20대 국회 본분망각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의정활동에서도 두각을 보였던 유능한 여당 초선의원들이었다. 가만있어도 재선될 수 있는 역량을 가졌다고들 한다. 불출마하라고 등 떠민 사람도 없었다. 자발적 선언이다. 대중들은 이럴 때 신선함을 느낀다. 이들의 불출마가 총선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 일단 여당 공천흐름과 방향이 쇄신과 개혁 쪽으로 잡힌 것 같다. 선한 영향력을 미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여당 초선 두 명의 불출마 선언이후 10여일 뒤인 11월 5일. 자유한국당 재선 김태흠 의원

“영남권, 서울 강남 3선 이상 의원들은 용퇴나 험지 출마 바란다. 원외 전·현직 당 지도부, 지도자를 자처하는 인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앞선 불출마 사례들과는 뭔가 결이 다르다. 본인이 불출마하겠다는 내용은 없다. 불출마 기준도 본인이 만들었다. 자신은 빠지고 동료 의원들을 포함시켜 불출마 압박을 가한다. ‘나는 3선이 아니고 재선이니 괜찮다’는 안전망을 두텁게 깔면서....

그로부터 이틀 뒤인 11월 7일. 자유한국당 초선의원 44명 전원

“선배들이 대한민국 정치발전을 위해 큰 걸음걸이 해 달라. 결단을 촉구한다. 양초는 자신을 태워 주위를 밝힌다” 이 역시 본인들이 불출마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중진 양초를 태워 초선 우리를 밝혀 달라는 것인가?

자유한국당 109명 의원 중 초·재선의원은 74명(68%)이다. 압도적 다수이면서도, 박근혜 탄핵국면에서, 홍준표 대선 국면에서 존재감이 없었다. 스스로도 위 성명서에서 “숨죽였던 모습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반성한다”고 자인했다. ‘아무 역할도 못했다’면서도 재선이상 선배들에겐 희생을 요구한다. 무책임하고 염치없는 주문이다.

3선 이상 용퇴론을 꺼낸 김태흠 의원은 자신의 불출마에 대해선 이렇게 설명했다.

“중진들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나도 당장 그만두고 싶지만 지역구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 자칫 의석을 잃어버릴 수 있다”

그만두고 싶으면 스스로 그만두면 될 일을... 말이 길다.

그러니 대상으로 지목된 중진들은 ‘누가 누구보고 나가라 말라 하나’라고 반발한다.

자유한국당이 연출한 불출마 드라마엔 자기희생적 헌신도 없고, 아름다운 퇴장도 없다. ‘나는 되고 너는 안 된다’는 이기심만 춤춘다. 여당일 때도 친박·비박 나눠서 박 터지게 쌈박질만 했다. 대선·총선·지방선거 3연패 뒤에도 책임진 사람 하나 없었다. 말이 3연패지 정치권에서 대형선거 3연패면 문 닫아야 한다. 정권 뺏기고 국회와 지방권력 뺏기면 남는 게 뭐 있겠는가? 가망없다고 여긴 탓인지 몇 명이 총선 불출마 뜻을 밝혔다가 요즘 와서 뒤집는다고 한다. 황량하고 황폐해서 마른 기침만 나온다.

자유한국당 내부 진영 간 불출마 요구 충돌은 명분싸움이 아니다. ‘나는 되고 너는 안 돼!‘라는 밥그릇 싸움일 뿐이다. 친박·비박 싸움으로 집안을 거덜내고도 정신 못 차린 게 자유한국당이다. 공천밥그릇을 챙길 수만 있다면 이전투구도 불사할 것이다. 이 싸움에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차기 공천 지휘부가 대범한 원칙으로 크게 정리정돈하지 않으면 총선은 필패다. 대범한 원칙이라지만 별 게 아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정치초년생 이회창 총재가 결단해서 성공했던 방식이다. 국민을 무서워하면서, 오직 국민만 보고, 국민에게 매달리는 전략이 그것이다.

송영섭 기자    songinmo5024@naver.com


기사 URL : http://www.iworld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301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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