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월명공원 의용불멸의 비 사진제공=국가보훈처

[군산=월드투데이] 윤현권 기자 = 지난 1945년 11월 30일 발생한 군산 경마장 폭발사고로 목숨을 잃은 9인의 의용소방대원에 대한 기억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고 당시, 권영복 군산소방서 의용소방대장과 8명의 대원들은 공무원 신분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불구덩이 속을 뛰어들어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려다 목숨을 잃었다.

이 폭발은 경마장에서 보초를 서던 미군 헌병들이 모닥불을 피우다 다량의 포탄이 터지면서 발생했으며, 대한민국 의용소방대 창설이후 가장 많은 의용소방대원의 인명피해가 났다.

그러나 해방정국의 무질서한 시기에 경마장 폭발사고와 이들의 희생정신이 묻혀 지면서 이렇다 할 기록조차 자세히 남겨지지 않은 만큼 푸대접을 받고 있다.

그나마 군산소방서가 매년 11월 30일 월명공원 내 의용불멸의 비에서 9명의 영령을 추모하는 위령제 행사를 개최하고 있지만 단순 행사에 그치고 있다.

추모제는 의용소방대원 유가족을 비롯해 군산소방서 관계자 소수 정도만 참석하는 수준으로 전락하며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그 동안 매년 추모 위령제 행사가 열렸지만, 지역의 주요 기관장은 물론 소방본부 관계자조차 불참하기 일쑤였다.

이들의 희생정신을 본받고 자랑스럽게 기념해야 하는 날이지만 실상은 외면 받는 현실에 아쉬움이 크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9인의 의용소방대원에 대한 어떤 재조명이나 제대로 된 기념사업이 추진되지 못한 채 월명공원 한쪽에 초라하게 기념비하나만 딸랑 세워진 것은 부끄러운 소방현장의 민낯이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희생한 9인에 대한 단편적인 기억만 있을 뿐 시민과 도민은 물론 (전국의) 소방대원조차 이들의 희생을 아는 이들도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 기억의 파편 역시 단순한 정보에 불과한 실정이어서 후세대에게 9인의 희생정신이 제대로 계승되지 못하고 있는 거 아니냐는 아쉬운 목소리도 나온다.

따라서 뒤늦게나마 국가에 목숨을 헌신한 9인들에 대한 재조명은 물론 추모 위령제 확대 등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노력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한 소방대원은 “경마장 폭발사고 의용소방대원들의 업적이 오늘날 조용히 묻혀 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이들의 희생정신이 있었기에 오늘날 소방대원들도 있는 것이다. 하루 빨리 이들의 뜻 있는 행동을 널리 알려져 소방의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월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