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월드투데이] 송정수 기자 = 흉악범죄자에게도 사건 후 시간이 충분히 지났고, 공익에 별 악영향이 없다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잊힐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독일 최고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독일 헌법재판소] 사진제공=BBC

현지시간 27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독일 최고 법원인 헌법재판소는 한 남성이 살인사건 가해자로 인터넷에서 검색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었다.

이 남성은 과거 기사 때문에 자신의 권리가 침해되고 인격을 개선할 역량이 저해된다고 주장했다.

독일 헌법재판소는 청구를 받아들이면서도 '잊힐 권리'는 개인들이 일방적으로 주장할 사안이 아니라 범죄 후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를 고려해 결정할 사안이라는 점은 분명히 밝혔다.

이번 사건의 원고는 37년 전인 1982년 요트에서 2명을 살해해 종신형을 선고받은 뒤 2002년 석방됐다.

독일 잡지 슈피겔은 이 사건을 다룬 1982년, 1983년 기사를 인터넷이 보편화함에 따라 1999년 자사 서버에 저장했다.

원고의 이름이 온전하게 들어간 이들 기사는 단순히 구글 검색으로 찾아 읽을 수 있는 상태가 됐다.

이 남성은 범행 전력이 담긴 기사가 인터넷에 있다는 사실을 2009년 인지하자 잊힐 권리를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앞서 2012년 독일 연방법원은 사생활 보호가 공익과 언론 자유를 능가할 수 없다며 이 남성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독일 헌법재판소는 이번에 그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연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BBC방송은 이번 판결에 따라 언론매체들이 기사를 온라인에 보관할 수는 있으나 요청이 있으면 지워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검색엔진을 통해 출판물에 접근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될 수 있다고 이번 판결의 파장을 내다봤다.

현재 '잊힐 권리'는 세계 최대의 검색엔진인 구글과 개인의 기본권 보호에 민감한 유럽연합(EU)이 온라인 규제를 두고 충돌하는 지점 가운데 하나다.

EU의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는 검색엔진들이 검색 결과를 지워달라는 개인들의 요청을 수용해야 한다고 2014년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반발한 구글은 잊힐 권리를 보장하는 이 같은 판결의 효력이 EU 사법권 내의 검색결과에만 적용된다는 ECJ의 판결을 올해 9월 따로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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