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군 사령관 김필수 사진제공=구세군

[서울=월드투데이] 박희숙 기자 = "정하지 않았습니다. 국민 주머니 사정도 어렵고요. 매년 전보다 조금씩 높게 잡은 목표에 은근히 압박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목표액 대신 100원, 1000원이라도 귀하게 여기고 정직하고 투명하게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해 드리겠습니다."

구세군 김필수(64) 사령관은 지난 28일 인터뷰에서 '자선냄비 모금 목표 폐지'를 선언했다. 한국에서는 1928년 시작된 구세군 자선냄비는 연말 풍경의 상징. 올해도 29일 시종식(始鐘式)을 시작으로 전국 360여곳에서 연말까지 거리 모금을 시작한다.

김 사령관은 "자선냄비를 보면 저절로 '12월' '한 해의 마무리' '어려운 이웃'이 떠오르는 것으로 충분하다"며 "구세군은 나눔문화 확산의 정신적 지주라는 자부심만 있으면 되지 모금 목표액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폐지했다"고 말했다.

일반인들 눈에는 구세군이 연말에만 보이지만 전국 구세군 사관 600여명은 1년 내내 바쁘다. '한 손에는 빵을, 한 손에는 복음을 들고 빵이 필요한 사람에게 빵을 먼저 준 뒤, 영혼을 배부르게 하자'가 구세군의 모토. 구세군은 모금된 성금을 아동·청소년, 노인·장애인, 여성·다문화, 긴급구호·위기가정, 사회적 소수자, 북한·해외 등 분야에 지원하고 있다.

해마다 길거리 모금 때면 잊지 못할 감동 스토리가 쌓였다. 1억원씩 넣고 사라지는 익명 독지가, 돼지 저금통을 통째로 건네는 아이들…. 김 사령관은 심장병 어린이 수술을 도운 것을 가장 보람 있는 일로 기억했다. 고속도로 휴게소와 톨게이트에서 모금한 금액은 전액 국내와 몽골, 키르기스스탄, 필리핀, 캄보디아 등 해외 심장병 어린이 돕기에 써왔는데, 지금까지 880여명이 혜택을 봤다. 현지에서 사정이 급한 어린이 위주로 한국에 데려와 수술 후 회복될 때까지 돌보는 과정 자체가 '생명을 살리는 보람'이었다고 했다.

김 사령관은 어린 시절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고생했다. 폐결핵을 앓은 아버지는 지방에서 요양하고 어머니가 서울 영등포에서 행상을 하며 5남매를 키웠다. 중학교 진학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럴 때 구세군 교회를 만났다. 친구 따라 간 교회에서 처음 성경책을 만져봤고, 하나님을 만났고, 아내도 만났다.

"교회에 살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마당 쓸고 청소하고 '문학의 밤' 준비하는 모든 것이 좋았다. 교회에서 사랑받으며 꿈을 갖게 됐다." 검정고시로 고교 과정을 마친 그에게 신학대학 학자금을 마련해준 것도 교회 신자들이었다. 그는 "구세군에 많은 빚을 졌다"고 전했다. 1985년 구세군 사관이 된 그는 자신이 받은 은혜와 사랑을 어려운 이웃에게 갚고 있는 셈이다.

그는 "거리 모금을 해보면 우리 민족은 참 마음이 따뜻하다는 걸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느낀다"며 "어려운 이웃을 보면 그냥 넘기지 못하는 우리 민족은 저력이 있고,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부모들은 항상 아이들에게 돈을 쥐여주면서 직접 냄비에 넣도록 한다. 어릴 때부터 나눔 교육을 실천하는 셈이다. 그런 경험을 한 어린이들은 마음속에 이웃 사랑의 싹이 트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선냄비는 올해 새로운 시도도 한다. 신용카드를 대면 1000원씩 기부할 수 있는 '스마트 자선냄비'를 도입한 것. 올해는 서울 지역 100곳에서 시범 운영할 생각이다. 1회 금액을 1000원으로 정한 것은 부담 없이 이웃 돕는 마음을 내도록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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