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월드투데이] 송인경 기자 = 대학원생 제자들로부터 석·박사 논문 심사비와 실습비 등을 명목으로 뇌물을 챙겼다가 파면된 국립대 교수가 "징계는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으나 항소심 법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9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행정1부는 대학 총장을 상대로 '파면 및 징계부가금 2배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가 1심에서 패소한 도내 모 국립대 전 교수 A(52)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동물 심장병 분야 권위자인 A 교수는 2012년 10월 말부터 2015년 3월 초까지 자신의 지도를 받는 대학원생들로부터 고급 외제차량 리스료 등 3천750여만원을 뇌물로 받았다.

또 2012년 11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석·박사 논문과 관련 대학원생 10여 명으로부터 논문 심사비와 실습비 명목으로 4천990만원을 수수했다.

A 교수는 대학원생에게 실험 대행, 논문 교정 등 학위 취득과정에 관한 편의 제공 대가로 500만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해당 대학은 이 같은 뇌물수수 혐의를 토대로 지난해 3월 징계위원회를 열어 A 교수를 파면하고 1억7천480여만원의 징계부가금을 부과했다.

징계에 불복해 행정 소송을 제기한 A 교수는 1심에서 패소하자 항소를 제기했다.

A 교수는 재판 과정에서 "대학원생들로부터 받은 차량 리스료는 의례적인 선물에 불과할 뿐 직무에 관련해 수수한 뇌물이 아니다"라며 "논문 심사비와 실습비를 개인적으로 취득한 이익이 없고, 징계부가금 산정도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 교수는 차량 리스료를 갹출한 대학원생들의 지도교수로서 학위 과정 이수와 논문 작성 등을 지도·심사하는 지위에 있었던 만큼 수수 금액, 횟수, 방법 등에 비춰 볼 때 의례적 선물이 아닌 뇌물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실험 실습비 명목으로 받은 것도 뇌물에 해당한다"며 "국립대 교수로서 지도 학생들로부터 외제승용차 리스료 등의 명목으로 8천700만원을 수수한 것은 직무 관련성 등에 비춰 의무 위반의 정도가 매우 중하다"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는 "원고가 수수한 금품을 논문 심사 위원 등을 위해 사용했더라도 이는 뇌물을 소비한 방법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 부분을 징계부가금 산정 시 제외해 달라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고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A 교수는 지난해 6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3천만원의 벌금과 1억478만원을 추징받자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그해 9월 기각돼 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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