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서울=월드투데이] 남궁진 기자 = 부정 경마와 조교사 개업 비리 의혹을 유서에 언급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소속 기수 문모(40)씨의 부모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호소했다.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우리 아들의 죽음을 진상규명하고 책임자 처벌해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사망한 경마기수 문씨가 자신의 아들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도저히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에 답답하고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는 아들의 유서를 보고 하늘이 무너졌다"며 유서 일부분을 공개했다.

청원인에 따르면 문씨는 유서에 "면허 딴 지 7년 된 사람도 안 주는 마방(馬房)을 갓 면허 딴 사람들한테 먼저 주는 더러운 경우만 생긴다", "높으신 양반들과 친분이 없으면 안 된다", "마사회 직원들은 대놓고 마방 빨리 받으려면 높으신 양반들과 밥도 좀 먹고 하라고 말한다", "경마장이란 곳은 더럽고 치사해서 정말 더는 못하겠다", "지금까지 마사회에서 죽어 나간 사람이 몇몇인가"라고 적었다.

청원인은 "2002년 기수면허를 취득한 후 약 10여년 기수 생활, 해외연수 3회 등 열심히 노력한 끝에 아들은 2015년 모든 기수들이 꿈꾸는 조교사 면허를 취득했지만, 면허를 따니 허울뿐이고 말만 ‘소사장’이라며 가정생활은 빈곤의 연속이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아들이 죽자 ‘우리 직원이 아니다’고 한 마사회 입장을 보고 책임을 회피하는 저들 때문에 아들이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겠구나 싶어 눈물이 앞을 가렸다"며 "마사회는 우리 아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라"고 했다.

마사회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도 요구했다. 청원인은 "갑질을 저지르고 아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당사자와 책임자는 처벌해야 한다"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마사회의 불법적이고 부조리한 상황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규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29일 오전 5시 25분쯤 마사회 소속 기수 문씨가 기수 숙소 화장실에서 숨져 있는 것을 동료가 발견해 신고했다. 현장에는 문씨가 작성한 A4 용지 3장 분량의 유서도 발견됐다.

마사회는 지난 2일 "유서에 언급된 부정 경마와 조교사 개업 비리 의혹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경찰에 의뢰하고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엄정하고 적극적으로 취할 예정이며, 경마 시행에 관여하는 모든 단체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부산 강서경찰서는 마사회 측 수사 의뢰 이후 문씨 유서에 언급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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