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그룹 U2 내한 공연[사진=박희숙 기자]

[서울=월드투데이] 박희숙 기자 = 지난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결성 43년 만에 성사된 아일랜드 출신 록 그룹 U2의 첫 내한 공연 도중, 보컬인 보노가 외쳤다. 무대 전면에 설치된 가로 61m 초대형 스크린에서는 '꿈(dre-am)' '진실(truth)' '평등(equal)' 같은 단어들이 흘러갔다.

보노는 운집한 관객 2만 8000여 명을 향해 다시 "정의와 환희, 사랑과 우리의 공동체"라고 소리쳤다. 이들의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이름 없는 거리에서(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의 기타 전주가 흐르기 시작했다. 증폭된 소리의 시차(時差)를 이용해서 메아리처럼 맑게 울려 퍼지는 일렉트릭 기타는 이들의 전매특허 가운데 하나다. 한국 관객을 위해 이들은 '남북 평화(peace)'를 여러 번 말했다. 마지막에는 태극기 문양이 스크린 정중앙에 떠올랐다.

록(Rock)은 늙는 법이 없었다. 오후 7시 25분, 장내의 불이 모두 꺼지자 무대 전면에 설치된 드럼 솔로가 힘차게 작렬했다. 이날 단 한 차례 공연에 필요한 장비 운송을 위해 U2는 전세 비행기 3대와 스태프 150명을 동원했다. 1960~1961년생인 이들은 고교 시절 친구로 결성 이후 단 한 번의 멤버 교체 없이 꾸준하게 활동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날 U2는 예순을 앞둔 노장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넘치는 에너지를 뿜었다. 서너 곡씩 잇달아 연주하는 정공법으로 승부를 걸었다.

히트곡 '프라이드(Pride)'를 부를 때는 마이크를 객석으로 향하며 '떼창'을 유도했다. 휴대전화의 조명을 모두 켜고 좌우로 천천히 흔드는 관객들 덕분에 공연장은 '흰 불빛의 바다'를 이뤘다. 이날 공연을 보려고 중국 상하이에서 찾아온 스코틀랜드 출신 영어 교사 맨디 메이슨(52)은 "이들의 음악과 함께 나이를 먹었다. 멤버 교체도 없이 꾸준하게 활동한 점 덕분에 더욱 존경한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1987년 발매 이후 2500만장 이상 팔린 대표 음반 '여호수아 나무(The Joshua Tree)' 30주년을 기념해서 열렸다. U2는 활동 초기부터 사회 비판적인 노랫말로 1980년대 록 음악을 상징하는 밴드로 꼽혔다. 아프리카 기아 해결이나 '국제사면위원회'를 위한 자선 공연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1980년대 중남미 인권 탄압을 비판하는 '사라진 자들의 어머니들(Mothers of the Disappeared)' 을 노래할 때는 촛불을 켜고 침묵 시위하는 군중의 영상을 보여줬다. 공연 직전 대형 스크린에 최승자 시인의 '나는 기억하고 있다', 김혜순의 '감기', 이시영의 '지리산' 등 한국 시를 보여주는 모습도 이채로웠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는 "정통 록의 에너지를 담은 음악에 첨단 기술을 이용해 화려한 시각적 이미지를 부각한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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