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월드투데이] 문영미 기자 = A씨는 당직 근무를 서는 날이면 4시간도 자지 못하고 다음 날 저녁에 퇴근한다. A씨는 출근길 도로에서 추돌사고가 났고 일단 출근한 뒤 회사에 "오늘은 당직이 힘들다"며 병가를 냈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사고 당일에도 당직은 서야 한다고 했고, A씨는 근무 후 병원에서 검사받은 뒤 다시 회사로 돌아와 당직을 섰다.

A씨는 "몸이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 차라리 사고가 더 크게 났으면 할 정도였다"며 "사고 충격으로 몸이 너무 힘든데도 병가를 쓰지 못하게 한다"고 하소연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A씨처럼 사고를 당하고도 제대로 병가를 쓰지 못하거나 산업재해(산재) 처리를 받지 못하는 사례들을 9일 소개했다.

직장갑질119가 지난 7월부터 11월까지 5개월간 들어온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1천248건 중 직장에서 신체적·정신적 질병을 얻어 치료를 받았다는 제보가 98건(7.9%)이었다.

또 질병을 얻어 치료를 받았지만 회사에서 산재 신청을 방해하거나 산재 휴가 후 불이익을 받았다는 응답이 24건이었다.

B씨는 회사에서 작업 중 발목 부상으로 산재 처리(4주간 통원 치료) 후 복귀했다. 그러나 작업 중 또 오른쪽 새끼손가락을 다쳤다.

하지만 직장 상사는 윗선에 보고도 안 하고 산재를 묵살한 후 공상으로 처리했다.

통상 회사는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근로감독 대상이 될 수 있고 산재보험료가 오를 수 있어 B씨 사례처럼 산재 처리 보다는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병원비를 부담하는 공상 처리를 선호한다.

직원 입장에서는 당장 병원비를 회사에서 부담하니 별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에서 얻은 질병은 반드시 산재를 신청해야 한다고 직장갑질119는 조언한다.

공상처리를 했다가 치료되지 않는 장해(장애)가 남으면 장해급여를 신청할 수 없고, 치료 중 사망하면 유족급여나 장의비 등도 받을 수 없어서다.

또 일하다 다쳤으면 산재보험으로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산재보험이 아닌 건강보험을 이용하는 공상처리는 보험사기로 걸릴 수 있다.

만약 건강보험공단에서 공상처리 사실을 알게 되면 공단 부담금을 환수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가 참변을 당한 고 김용균 군]

직장갑질119는 "대한민국은 한 해 2천400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죽고 있다"며 "중대한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그 회사가 휘청일 정도로 책임을 묻고 최고 경영자에게도 법적 책임을 묻는, 제대로 된 김용균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산재를 은폐하고 산재 신청 시 불이익을 주는 회사는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월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