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녕초등학교[사진=박희숙 기자]

[제주=월드투데이] 박희숙 기자 = 지난 10일 오후 제주시 구좌읍 김녕초등학교 밴드 연습실. 6학년 5명으로 구성된 그룹사운드 동아리 ‘영밴드’가 연습에 한창이다. 졸업을 앞둔 영밴드가 마지막으로 서로의 소리를 맞춰보는 날이다.

드럼을 맡은 허혜성군이 신호를 주자 베이스기타를 어깨에 둘러맨 강은비양이 노래를 시작했다. 연주곡은 국내 록그룹 '엔플라잉'의 대표곡인 ‘옥탑방’.

마지막이라는 사실에 시무룩했던 아이들의 표정이 합주를 시작하자마자 돌변했다. 심장을 울리는 드럼 소리에 날카로운 전자기타의 연주가 얹히면서 곡은 절정으로 치달았고, 어느새 아이들은 음악에 푹 빠졌다.

2017년 결성한 영밴드는 드럼과 베이스기타를 비롯해 전자기타(이아름·허승), 키보드(강승희) 등 5명으로 이뤄졌다. 대부분의 멤버들이 3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어 소리에 빈틈이 없는 것이 장점이다.

지난달 30일 제주학생문화원 대강당에서 열린 ‘제주교육문화예술축제’ 중등부에서 장려상을 받을 정도로 실력도 인정받았다.

앞서 21일에는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주최한 ‘부종휴와 꼬마탐험대 만장굴 탐사길 걷기’에 초청돼 사전 공연을 하는 등 지역에서는 아이돌 밴드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밴드에서 베이스기타를 연주한 오빠를 따라 동아리를 시작했다는 강승희양은 “매주 화요일 방과 후에 교내 도서관에 모여 연습한다. 하루하루 실력이 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면서 “중학교에 진학해서도 밴드 활동은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모의 권유로 밴드를 시작한 이아름양은 “전자기타를 연주하고 있지만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피아노 등 다른 악기도 다룰 수 있게 돼 좋다”면서 “미술가를 꿈꿨지만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웃었다.

영밴드의 일취월장 뒤에는 인디밴드 '스테이플러'를 이끄는 싱어송라이터 김신익 강사의 노력이 있다.

도교육청이 주관하는 문화예술동아리 지원 사업의 하나로 김녕초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김 강사는 “밴드활동을 지원해주는 도교육청의 사업 덕분에 전교생이 100여명인 시골학교에서도 음악을 접할 기회가 만들어졌다”며 “이러한 사업이 활성화했으면 한다”고 바랐다.

그러면서 “요즘 아이들이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보이는데, 친구들과 소리를 맞추는 과정을 통해 교우관계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실력을 떠나 아이 들이 음악 자체를 즐기는 것 같아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즐겁다”고 덧붙였다.

한 시간 남짓 이어진 영밴드의 마지막 연습이 끝나자 한편에서 이를 지켜보던 5학년 학생들이 선배들이 놓은 악기를 집어 들었다.

보컬 한예윤양을 비롯해 강다희(피아노), 임형진(베이스), 방은호(드럼), 문상현(일렉기타)으로 이뤄진 5학년 후배들이 김녕초 밴드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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