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월드투데이] 남재준 기자 = 11일 광주 서구 농성1동 주민 센터 앞에 때 아닌 선거 공보물이 붙었다.

'마을의 전통과 역사를 찾겠다'라거나 '특색있는 마을 만들기 사업을 하겠다''준비된 동장' 등 주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공약도 내걸렸다.

광주 서구 농성1동장 추천 선거공보물 보는 주민[사진=남재준 기자]

기호 1번부터 3번까지 자신의 얼굴을 건 이들은 농성1동장에 출사표를 던진 광주 서구청 5급 공무원들이다.

김현남 녹색환경과장은 '주민이 주도하는 최고 수준의 주민자치 실현'과 '인적 안전망을 통한 통합 주민복지 실현'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임철진 광천동장은 마을특화사업으로 벚꽃 고샅길을 조성하고 마을의 전통과 역사를 되살리겠다고 약속했다.

최영철 현 농성1동장도 연임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그는 "보고 느끼고, 체험하고 싶은 문화예술마을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광주 서구가 차기 동장을 주민들의 투표로 구청장에게 추천하기로 하면서 진귀한 풍경이 펼쳐진 셈이다.

서구는 3명의 후보 가운데 득표수가 많은 2명을 뽑아 인사권자인 구청장에게 추천하면, 구청장이 적합한 추천자를 동장에 임명하기로 했다.

일부 지자체에서 소수의 주민으로 구성된 '동장 추천 운영위원회'가 차기 동장 후보를 추천하는 사례는 있었지만, 다수의 주민이 투표를 통해 동장을 추천하는 것은 처음이다.

서구는 이례적인 투표를 차질없이 준비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우선 농성1동에 사는 전체 주민 1만여명 가운데 최소 3%(300명)를 선거인단으로 모집하기로 하고 홍보물을 통해 주민들에게 선거인단 참여를 독려했다.

투표에 참여하겠다고 신청한 주민은 목표 인원보다 2배 많은 600명에 달할 정도로 큰 호응을 보였다.

전국 주민자치 박람회에서 대상을 받는 등 지금까지 주민자치 활동에 역점을 둔 서구의 다양한 주민자치 시책이 이러한 높은 참여도의 자양분이 됐다.

농성1동 주민 A(70)씨는 "주민 투표로 동장을 뽑는다니 아무래도 한 번 더 관심을 갖게 된다"며 "동장을 주민들이 뽑는다는 게 생소하지만, 주민들에게 좋은 일 아니겠느냐"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공정한 투표를 위해 서구는 선거관리위원회가 개발한 모바일 투표 시스템까지 빌려왔다.

이를 통해 오는 12일 모바일 사전투표를 한다.

오는 14일엔 농성1동 주민센터에서 기표소 등을 차려놓고 본 투표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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