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농성

[서울=월드투데이] 김우정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일 바른미래당 당권파, 범여 군소 정당과 함께 내년도 예산안 수정안을 강행 처리한 뒤 1조 2075억원을 순삭감했다고 밝혔다.

총 512조 2504억원 규모로 정부 원안(513조 4579억원)에서 불과 0.23%를 삭감한 셈이다. "하나 마나 한 예산 심사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그나마도 삭감 규모가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통과된 예산안에 따르면, 순삭감액 1조 2075억원 가운데 3000억원은 예비비 감축분(3조 7000억원→3조 4000억원)이었다. 예비비 예산은 국가 재난 등 예측이 어려운 '예산 외 지출' 등에 대비해 잡아놓는 예산이다. 여당은 2018년도, 2019년도 예산안 수정 때는 예비비 규모를 원안과 같은 3조원으로 확정해 감액하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예비비 용처에서 '쌀 변동직불금', '국민취업지원제도 인프라 운영'을 제외하면서 3000억원을 줄였다.

자유한국당은 "정부·여당이 대북, 소득 주도 성장 관련 예산 삭감은 거부하고 예비비 감액으로 전체 순감액을 1조원대로 부풀려 눈 가리고 아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예비비는 바로 집행되는 예산이 아니기 때문에 실질적인 삭감이 아니라는 얘기였다.

앞서 지난 10일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와 예결위 간사들은 협상을 재개하면서 한때 '정부 원안 대비 약 1조 6000억원 삭감'에 의견 접근을 했다. 일단 민주당과 범여 군소 야당이 만든 수정안보다 4000억원을 더 깎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감액 항목을 놓고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고 한다.

한국당이 남북 경협, 일자리, 탈원전, 소득 주도 성장 예산의 대폭 감액과 세부 항목 심의를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이를 거부하며 '구체적인 삭감 항목은 정부에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지난 11일 "기재부에서 삭감하겠다는 것은 결국 예비비를 삭감하겠다는 것"이라며 "그건 삭감이 아니라 서류상으로 숫자만 맞추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 관계자는 "한국당이 삭감 세부 항목을 다시 심사하겠다는 건 명백한 지연 전술이었다"고 반박했다.

우리공화당 조원진 의원실에 따르면 민주당 등은 지난해 4·27 판문점 선언 이행 관련 예산을 정부 원안에서 140억 정도만 삭감한 5700억여원으로 통과시켰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금강산 관 광 시설을 철거하는 등 남북 관계가 급랭했는데도, 관련 예산은 2018년(3627억원), 2019년(6382억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시켰다.

농축산·산림·환경 분야 경협 예산이 3045억원, 도로·철도 등 기타 경협 예산이 2151억원이었다. 남북회담 추진 비용 14억6200만원은 따로 편성됐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운영 경비로도 64억원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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