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가해자 10세 미만 매년 증가

[서울=월드투데이] 문영미 기자 = 지난달 말 경기 성남의 한 어린이집에서 자신의 딸(5)이 또래 남자아이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주장이 인터넷상에 급속히 퍼지면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맘카페 등엔 "우리 아이도 당했다"는 부모들의 호소가 줄을 잇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발달 과정에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 있다"고 국회에서 말했다가 사과하기도 했다. 형사처벌이 면제되는 미취학 아동들의 성(性) 관련 사건에 대처할 가이드라인이나 전담 기관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장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실제 10세도 안 된 아이들이 가해자로 지목된 성폭력 사건은 매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린아이에 대한 성교육, 부적절한 콘텐츠 제한 등과 더불어 '친구가 싫다는 행동은 무조건 하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을 먼저 가르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작년 성폭력 가해자로 10세 미만 아이 519건 지목

아동 간 성 관련 사건은 부모들이 쉬쉬하고 넘어갈 수만은 없는 수준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여성가족부가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해바라기센터·여성긴급전화 1366 센터에서 만 10세 미만 아동으로부터 성적 피해를 봤다고 상담을 접수한 건수는 2016년 317건, 2017년 480건, 2018년 519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성폭력 가해 아동·청소년과 보호자를 대상으로 교육 지원 사업을 하는 탁틴내일 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의 권현정 부소장은 "매년 20여명 안팎의 만 10세 미만 어린이가 또래 아동에게 성폭력을 저질러 성교육과 심리 치료 등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만 3세쯤이면 성에 눈뜨는 아이들

아동 전문가들은 발달 과정상 아이들의 성에 대한 관심은 만 3세 무렵부터 나타난다고 본다. 유한익 울산대 아동정신과 교수는 "이때부터 자신과 외부 생식기가 다른 사람(이성)이 있다는 걸 인식하면서 호기심을 갖게 되고, 질문이 많아진다"고 했다. 아기가 어떻게 태어나는지, 엄마나 아빠의 생식기가 왜 자신과 다른지 등을 부모에게 묻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또 자신의 온몸을 만지고 탐색하는 과정에서 성기 부위를 자꾸 만지고 인형이나 바닥에 문지르는 유아 자위행위를 시작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성에 관한 질문을 던질 때 부모가 '아직 몰라도 된다'고 피하거나, '소중한 곳'이라며 추상적인 단어로 설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유한익 교수는 "아이들의 성 관련 질문에 부모가 질문 자체로 혼을 내거나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오히려 궁금하면 부모에게 적극적으로 물어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적절한 콘텐츠 노출은 막아야"

영·유아 때부터 스마트폰을 통한 영상 매체 노출이 늘어나는 것도 아이들의 성 인식 속도를 빨라지게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만 3~9세 아이들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빠르게 늘어 지난해 20%를 돌파했다.

아이들이 유튜브 동영상 등을 보는 걸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적절히 선을 긋고 나이대와 맞지 않는 부적절한 콘텐츠에 노출되는 건 막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유한익 교수는 "미취학 아동들은 부모 등 어른이 감독할 때만, 정해진 시간에 한해 스마트폰을 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아 전용 앱 등을 사용할 것도 권장했다.

전문가들은 "성교육의 출발은 인간관계 교육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대방이 싫어하는 행동은 멈춰야 하고, 상대의 몸이나 물건을 만질 때는 반드시 동의를 구하는 관계의 원칙을 먼저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는 "친구가 싫다고 하는 행동은 무조건 하지 말아야 한다고 우선 가르쳐야 한다"며 "'어리니까 그럴 수 있다'는 융통성을 원칙보다 먼저 가르치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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