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월드투데이] 박희숙 기자 = 고려대장경 목판이 있는 경남 합천 해인사를 제외한 전국 사찰이 소장한 목판이 2만7천여 점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문화재청은 대한불교조계종 불교문화재연구소와 함께 2014년부터 올해까지 6년간 진행한 '전국 사찰 목판 일제조사'를 통해 전국 114개 사찰에서 목판 2만7천여 점을 조사했다고 12일 밝혔다.

두 기관은 목판 조사사업 종료를 기념해 오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목판 조사 성과와 과제를 점검하는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학술대회 발표자인 리송재 불교문화재연구소 팀장은 "목판 782종 2만7천171점에 대한 정밀조사를 하고 디지털 이미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남이 219종 9천100여 점으로 가장 많다. 전남은 185종 6천200여 점, 서울·경기도는 172종 5천900여 점으로 파악됐다.

고려시대 목판은 경북 심원사 '김흉축월횡간'이 유일했고, 17∼19세기에 제작한 목판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불교 목판이 1만9천400여 점으로 주를 이뤘으나, 유교 목판도 7천500여 점 존재했다.

박용진 능인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7세기에는 경남·전남 중심, 19세기 이후에는 경남·서울·경기 지역이 중심이며, 서울·경기는 목판 제작이 지속해서 증가했다"며 "제작 시기와 장소를 알 수 없는 목판이 많은데, 판본과 대조해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국 사찰 목판 일제조사는 2002년부터 2013년까지 12년간 진행한 '전국 사찰 문화재 일제조사' 연장선에서 수행했으며, 이를 통해 18건이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과 연구소는 제작 시기·완결성·기록성 등을 기준으로 12개 사찰에서 50종 2천750판을 뽑아 77책씩 3부를 찍었다. 인출 도서는 문화재청, 조계종, 사찰에 각각 배포된다.

인출은 목판에 물과 송연묵(松煙墨·소나무를 태워서 그을음으로 만든 먹), 천일염이 섞인 용액을 바른 뒤 한지를 문지르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후 목판에 남은 먹과 이물질을 닦고 충분히 건조해 다시 보관했다.

한지 제작은 김춘호·장성우 씨, 송연묵 제작은 한상묵 씨, 인출은 변영재 씨, 도서 장황은 정찬정 씨, 염색은 이승철 씨, 각자는 박영덕 씨, 서사(書寫)는 김경호 씨, 매듭은 이영애 씨가 했다.

리 팀장은 "인출은 전통 인쇄문화를 복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인출 과정에서 먹이 번지거나 농담이 균일하지 않으면 제대로 찍히지 않아 작업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문화재청과 연구소는 내년부터 2024년까지 사찰 불단, 천개(불보살이나 사찰 천장 장식) 등 목공예 일제조사를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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