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나 변호사의 책 '우리 이만 헤어져요' 중 한 장면

[서울=월드투데이] 박희숙 기자 = 경력 단절 여성이 육아에 무심한 남편과 이혼하고 싶다며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다. 상담 끝에 이혼 결심을 접었다. 남편이 "역할을 바꿔보자"고 제안했다.

직장으로 복귀한 여성은 승승장구해 임원이 됐는데, 다시 이혼을 결심하고 변호사를 찾아왔다. "남편이 애 키우는 게 너무 힘들다고 징징거려요. 아기에겐 인스턴트나 먹이고, 외롭다고 징징대고, 더는 도저히 못 살겠어요." 남자 의뢰인들이 전업주부 아내에 대해 털어놓는 불만과 똑같았다.

이혼 전문 변호사 최유나(34)씨의 책 '우리 이만 헤어져요'(RHK)에 실린 일화 중 하나. 이혼의 요인이 성격 차이라기보다는 '입장 차이'란 걸 보여줘 독자들이 가장 공감하는 장면이다. 최씨가 인스타그램에 연재 중인 만화 '메리지레드'는 팔로어가 17만 6000명일 정도로 인기다. 만화를 바탕으로 낸 책도 1만부 넘게 팔렸다.

통계청의 '2018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 건수는 10만 8700건.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세태를 반영하듯 '이혼 변호사'가 출판 시장의 새로운 저자(著者)군으로 떠올랐다. 한 출판인은 "과포화된 변호사 시장에서 살아남고자 전문화를 꾀하는 변호사들의 전략과 출판 시장의 수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나온 김향훈(54) 변호사의 '당신의 이혼을 응원합니다'(끌리는책)의 광고 문구는 '두 번 이혼해 본 남성 변호사의 적나라한 현실 조언!'.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법적 조언뿐 아니라 이혼을 앞둔 사람들 마음까지 위로하는 책이다. 출간 2주 만에 중쇄를 찍었다.

김찬희 끌리는책 대표는 "이혼이 인생의 '실패'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란 관점에서 '양육권 때문에 고민하지 마라' '경제적 준비를 먼저 하고 이혼하라' 등 현실적 조언을 한다"고 전했다. 주 독자층은 40대 여성이지만, 이 책은 남성 비율이 45%나 된다.

김 대표는 "특히 '부모 노릇 제대로 하려면 원수가 되기 전 헤어져라. 그래야 자식들이 부담 없이 부모 양쪽을 오갈 수 있다'는 충고가 도움됐다는 반응이 많다"고 했다.

이 밖에 인스타툰 '조인섭 변호사의 이혼사건 다이어리'가 팔로어 16만7000명을 둘 정도로 호평받고 있고, 이혼을 겪어본 변호사 둘과 심리학자가 함께 쓴 '이혼할 용기'(청년정신)도 반응이 좋다. 싱글 독자도 많다. 김현정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담당은 "결혼에 대한 환상을 깨려고 책을 읽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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