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서 전용 84㎡ 아파트 가격이 18억원을 넘긴 단지가 나왔다. 지난 11일 마포구 신수동 '신촌숲 아이파크(사진)'

[광명=월드투테이] 박장권 기자 = 경기도 광명시 지하철 1호선, KTX 광명역 인근으로 작년 2월 입주한 '광명역 써밋플레이스' 전용 84㎡(33평형)는 지난달 초 10억 7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지난 7월 8억원대 후반이었는데, 석 달 만에 2억원 급등한 것이다.

광명 일직동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광명은 신안산선 착공 등 호재도 있지만 서울 아파트 값이 워낙 많이 오르다 보니 덩달아 뛰는 것"이라며 "지난여름부터 서울에서 전세를 안고 갭(gap) 투자를 하겠다는 젊은 손님이 늘었다"고 말했다.

집값 급등세가 걷잡을 수 없다. 서울 강남은 물론 강북·뉴타운의 길음·신길 등에서 30평형대 아파트 값이 10억원을 넘어서고 경기 광명, 과천, 의왕, 수원 등에서도 수개월 만에 2억원가량 뛰는 아파트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12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지난달까지 수도권의 경기도 광명(2.26%), 과천(2.21%), 성남 중원구(2.17%), 성남 분당구(2.09%), 수원 영통구(1.95%) 등에서 서울(2.01%) 못잖게 아파트 매매가격이 올랐다.

최근 폭등세는 지난 7월 시작됐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발언한 시점이다.

그때부터 시장에선 주택 공급 부족 불안감이 커지면서 전에 없이 높은 가격에도 매물이 팔려나가고, 새 아파트 분양 시장에 수만명이 몰리는 청약 광풍이 불었다. 또 수도권 지역에서는 정부의 고강도 규제를 피해 교통망 개통, 재개발 사업 등의 호재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 효과까지 나타났다.

지난 8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마포구 신수동 신촌숲 아이파크(신수1주택 재건축)의 조합 보유분 아파트(전용 84㎡)는 공개 입찰에서 18억 500만원에 낙찰됐다.

청약 광풍도 불고 있다. 같은 날 1순위 청약 접수를 한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더샵 파크프레스티지'는 187가구 모집에 2만 1367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이 114대1에 달했다. 절반을 청약가점이 아닌 추첨제로 분양하는 전용 114㎡(9가구)는 경쟁률이 무려 711대1이었다. 이 아파트는 주변 시세보다 4억원가량 저렴해 '로또 청약'으로 관심을 모았다.

과천에서는 지난달 6일 정부의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한 이후부터 매주 아파트 값이 0.9%(감정원 기준) 가까이 뛰고 있다. 집값이 잠잠하던 수원에서도 영통구 분당선 망포역 인근 '힐스테이트 영통'이 지난 6월보다 1억원 넘게 뛴 7억 9500만원에 이달 거래됐다.

전문가들은 각종 규제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는 주요 원인으로 공급 부족을 꼽는다. 양도소득세 중과, 임대 사업자 등록 증가 등의 여파로 시중에 거래 가능한 매물이 줄어들었는데 시중의 유동성은 풍부해 가격을 높인 소수 매물이 바로바로 팔리면서 집값이 계단식으로 뛰고 있다는 것.

여기에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줄줄이 지연되고 있다. 실제 올해와 내년 4만여 가구이던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1년에는 절반가량인 2만여 가구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나중에는 더 비싸게 사야 한다는 조바심과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걱정에 비싼 가격에도 집을 사는 이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해결책도 공급 확대에서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어서 새 아파트 공급을 늘리고, 한시적 양도세 완화 등을 통해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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