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조이로드 앙상블 단원들이 월계동 두란노교회 교육관에 모여 연습하는 모습. 오른쪽부터 이병일·이광형·이영철·오광섭·장은혜·한명원 목사

[서울=월드투데이] 박희숙 기자 = 지난 11일 오전 서울 노원구 월계동 두란노교회 교육관. 플루트, 클라리넷, 색소폰, 유포니움을 든 연주자들이 능숙한 솜씨로 찬송가 '내 주를 가까이'를 연주했다. 목회 현장에서 은퇴한 목사 6명으로 구성된 조이로드(JoyRoad) 윈드 앙상블이다.

최연장자 이병일 목사 78세, '막내' 한명원·이광형 목사가 74세인 이 악단은 2016년 결성돼 지금까지 60여 차례 공연을 했다. 교도소, 양로원, 교회 등이 이들의 무대다. 오는 14일엔 서울 명동 충무교회에서 제2회 정기 연주회도 갖는다. 은퇴한 목사 아내 모임인 샤론사모합창단과 함께 공연한다. 12월에만 6차례 공연이 잡혀 있다.

앙상블이 결성된 것은 두란노교회 원로 목사인 오광섭(77) 목사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덕성여중고 교사 생활을 하다 목회자가 된 오 목사는 교회를 개척해 28년간 담임목사로 일하다 지난 2012년 은퇴했다. 처음 1~2년은 여기저기서 초대받아 설교하러 다녔고, 그동안 예배 설교 때문에 못 가본 다른 교회들도 가봤다. 그러나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이러다 영적 맹탕 백수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서울은퇴목사회 모임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동료들을 만났다. '교회 행사에서만 연주할 것이 아니라 악단을 만들어 봉사하자'고 설득해 5명으로 출발했다. 최근엔 장은혜 목사가 '홍일점'으로 가세했다. 오 목사는 "하나님과 음악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이 같은 사람들"이라고 했다.

멤버들 중에 음악을 전공한 사람은 없다. 군 복무 중 군악대에서 악기를 불어본 사람은 있다. 처음부터 배우다시피 악기를 익혔다. 매주 수요일 두란노교회에 모여 연습했다. 2016년 4월 7일 남부구치소에서 연주한 것이 첫 공연. 오 목사는 "구치소에서 '고향의 봄' '어머니 은혜' 등을 연주했더니 눈물바다가 됐다"며 "저희에게 다가와 '저도 모태신앙'이라고 말하는 분도 있었다"고 했다.

연주를 시작하기 전, 오 목사는 이런 인사말을 한다. "저희는 전공자가 아닙니다. 음이나 박자가 틀리고 실수하는 것도 저희 음악입니다. 감안하고 들어주세요." 그렇지만 실제 공연에선 틀렸다고 흠잡는 이는 한 명도 없다. 레퍼토리는 60여곡. 찬송가는 물론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 '화이트 크리스마스' 등 팝송과 동요까지 다양하다.

편곡과 음악 지도는 서울대 음대를 나와 전문 지휘자로 활동하는 김희수씨가 도와주고 있다. 김씨는 오 목사의 덕성여중 교사 시절 제자. 김씨는 "중학생 때 선생님이 '노래는 네가 제일'이라고 칭찬해주신 덕에 음악을 전공하게 됐다"며 "자원봉사로 도와드리지만 여섯 분 목사님이 저를 위해 기도해주시니 참 좋다"고 말했다.

고령이다 보니 아무래도 건강이 가장 큰 걱정. 점차 악기가 무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이들이 만나면 나누는 인사는 "우리 아프지 말자!"이다. 이날도 한명원 목사가 좀 늦게 도착하자 나머지 멤버들이 이구동성으로 물었다. "어디 아파?" 이병일 목사는 "연주를 시작한 후 기도 제목이 '기왕 시작한 봉사 85세까지 하게 해주세요'로 바뀌었다"며 "봉사할 시간도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에 연습은 더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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