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간동 법련사

[서울=월드투데이] 박희숙 기자 = 지난 9일 별세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세례명 바오로인 천주교 신자였다. 그의 빈소를 10, 11일 연이틀 서울 사간동 법련사 주지 진경 스님을 비롯한 스님들이 찾았다. 천주교 신자 김 회장과 법련사는 30년 가까이 이어진 인연이 있다.

시작은 1990년대 초 김 회장의 송광사 방문이었다. 당시 송광사 불일암에 있던 법정(法頂) 스님과도 만난 김 회장은 "서울 올라오실 때 뵙고 싶다"고 말했다. 얼마 후 법정 스님과 당시 송광사 주지 현호 스님은 서울에서 김우중·정희자 부부와 만나 식사를 함께했다.

대화 중 낡아서 재건축이 필요한 법련사 이야기가 나왔다. 법련사는 김부전(1922~1973) 법련화 보살이 평생 모은 재산을 송광사에 시주해 1974년 송광사 서울 포교당으로 문을 연 사찰. 오래된 한옥 건물이어서 1990년대 들어서는 많이 낡은 상태였다.

이야기를 듣고 독실한 불자(佛子)인 정희자 여사는 남편인 김우중 회장에게 "우리 선재를 위해서 절을 지어 드리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김 회장 부부의 장남인 선재씨는 미국 유학 도중 1990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김 회장은 즉석에서 재건축을 약속했고, 1996년 현대식 디자인의 법련사가 재탄생했다.

법련사는 전시장과 불일서점 등 문화 공간을 갖추고 도심 문화 포교 도량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현호 스님은 본지 통화에서 "지금의 법련사는 김우중 회장이 다 지어준 것이나 다름없 다"고 말했다.

절이 완공된 후 김 회장 가족은 선재씨의 위패를 법련사에 모셨고, 선재씨 위패는 현재 1층 지장전 법련화 보살 위패 바로 옆에 놓여 있다. 법련사는 매년 선재씨 기일이 되면 제사를 지내고 있다. 김 회장은 또 사돈인 금호그룹 오너 일가(一家)와 함께 범종(梵鐘)을 만들어 법련사에 기증했다. 이 종은 지금도 법련사 3층 대웅전 앞에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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