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진 '도자 기둥'

[서울=월드투데이] 박희숙 기자 = 도자 파편들을 쌓아 올린 기둥은 공예의 반란이다. 도자기가 무거울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도발한 백진(49)작가는 도자 파편들을 천장에 매달리고 하며 도자를 3차원 설치작업으로 나오게 했다.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에서 선보인 '도자 기둥'은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IFC Seoul)에 설치되어 있는 'Whites'작품 (2012)에 이은 두번째 작품이다.

도자 설치 작가 백진은 도자를 종이나 천과 같이 부드럽고 가벼워 보이게 만들어낸다. 수많은 흰색 도자 파편들을 제작하여 마치 퍼즐을 맞추듯 규칙적으로 배열시킨다.

흙이 휘거나 얇으면 쉽게 깨질 것이라는 고정 관념을 깨트리기 위해 오랜 실험을 거듭한 결과다. 작가 백진은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도예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도자디자인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8년 중국 상하이 스와치피스 호텔 아티스트 레지던시 입주 작가로 활동했다. 중국 수코타이 상하이 호텔, IFC 서울국제금융센터, 전경련회관, 한국도자재단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에서 연 백제 개인전 '파편' 전시에는 작가의 정교한 공정 과정에 의해 만들어진 흰 도자 파편들이 전시장에 유기적으로 확장되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구부리거나 동그랗게 마는 등 조형적인 변형을 가한 조각들이 캔버스 위에서 패턴을 이루는 평면작업들에서부터, 기둥처럼 높게 쌓아 올린 설치 작업까지 총 30여점이 전시된다.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의 마지막 전시공간의 벽면을 채운 '간'시리즈가 하이라이트다. 마치 하나의 긴 띠가 서로 엉켜 져 있는 형상처럼 보이는 이 작품은 사실 도자 조각을 3개의 층으로 쌓은 것으로, 자칫하면 쉽게 깨질 수 있는 도자 조각을 계속해서 구워내는 과정을 통해 견고하게 만들었다. 흙이 가지고 있는 유연한 성질을 보여주기 위한 작가의 치열함이 담겼다.

 

저작권자 © 월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