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월드투데이] 안종만 기자 = 배고픔을 참지 못해 10대 아들과 마트에서 식료품을 훔친 이른바 '현대판 장발장' 가장(34)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출동한 경찰이 A씨 부자에게 국밥을 대접했다[인천 중구청 제공]

인천시 중구 관계자는 "장발장 가장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관할 동 행정복지센터에 후원을 하고 싶다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 가족에 대한 시민 후원이 들어올 경우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전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마트에는 사연이 알려진 사흘 전부터 익명을 요구한 몇몇 시민이 찾아와 A씨 가족을 위한 옷가지를 전달하거나 쌀을 비롯한 생필품을 주문하기도 했다.

일정 금액을 입금할테니 A씨 가족을 위한 생활용품을 마트에서 직접 전달해달라는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고 마트 측은 전했다.

이 마트 직원은 "시민들이 주고 간 생필품들은 저희가 직접 A씨 집에 배달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달 10일 오후 4시께 A씨는 아들 B(12)군과 함께 인천시 중구 한 마트에서 1만원어치 식료품을 훔치다가 마트 직원에게 적발됐다.

마트 대표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A씨가 눈물을 흘리며 사정을 설명하고 잘못을 뉘우치자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당시 출동한 경찰은 A씨 부자를 식당으로 데려가 국밥을 대접했고, 마트에서 이 사정을 들은 한 시민이 A씨에게 현금 2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네주기도 했다.

A씨는 택시기사로 일하다 부정맥, 당뇨, 갑상선 질환 등 지병이 악화하면서 6개월 전 일을 그만두고 생계급여와 주거급여를 받으며 살아왔다.

12살, 6살인 아이 둘과 모친을 포함해 네 식구가 임대주택에 거주 중이며 현재 고정 수입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녀와 모친을 부양해야 하는 A씨가 받는 기초생활보장수급비는 매달 최대 150만원 안팎에 불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기준으로 소득이 0원인 4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생계급여는 최대 138만4천원이다. 주거급여 임대료 지원은 인천의 경우 최대 31만7천원까지 받을 수 있다.

올해 1월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에서 초등학생 자녀 2명을 둔 4인 가구의 한 달 평균 생활비는 579만원으로 집계됐다.

생활비 중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비 지출이 138만8천162원으로 가장 많았고, 주택·수도·전기 및 연료비(78만2천988원)와 교육비(60만9천93원)가 뒤를 이었다.

A씨는 지병으로 인해 수 개월 일을 쉬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중 굶주림을 참지 못해 범행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그가 12살 아들과 마트에서 훔치려던 것은 우유와 사과 6개 등 고작 1만원어치 식료품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장발장 부자'의 사연을 언급하며 "정부와 지자체는 복지제도를 통해 제도적으로 (이들을) 도울 길이 있는지 적극적으로 살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흔쾌히 용서해 준 마트 주인, 부자를 돌려보내기 전 국밥을 사주며 눈물을 흘린 경찰관, 이어진 시민들의 온정은 우리 사회가 희망이 있는 따뜻한 사회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인천시 중구는 A씨와 모친을 면담해 근로 의사를 파악한 뒤 지역 자활센터 등을 연계해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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