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국정 운영 내팽개친 듯

[서울=월드투데이] 김우정 기자 = 문재인 정부에서는 집권 2년 차인 작년 6월부터 최근까지 1년 반 동안 내년 총선을 겨냥한 개각(改閣)과 청와대 교체 인사(人事)를 최소 13차례 했다.

사실상 매달마다 크고 작은 '총선용 인사'가 이뤄져 온 것이다. 역대 총선에서 내각과 청와대 인사들이 다수 출마했지만, 이번 정부처럼 대규모로 나가는 경우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

청와대와 여당 일각에서도 "국정 운영에 집중해야 할 청와대가 나서서 '총선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야당은 "청와대는 민주당 총선 캠프, 국회는 청와대 출장소 역할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청와대를 그만둔 임종석 전 비서실장, 정태호 전 일자리수석, 한병도 전 정무수석,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조한기 전 제1부속비서관, 권혁기 전 춘추관장, 진성준 전 정무기획비서관 등이 작년 6월부터 지난 8월까지 7번에 걸쳐 물러났다.

지난 5월엔 청와대 행정관 7명이 총선에 나가겠다며 줄줄이 사표를 내기도 했다. 비서관급 이상만 20명 선이고 알려지지 않은 행정관까지 합하면 70명에 육박할 것이란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지난달 방송 인터뷰에서 "청와대 참모들의 총선 출마는 법조, 관료, 학생운동 출신으로 편향된 국회를 균형 있게 해야 한다는 본원적 문제의식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철희 의원도 본지 인터뷰에서 "왜 다들 출마병(病)이 들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부처 장관과 관련해서도 청와대는 지난 3월 김부겸 전 행안부, 김영춘 전 해수부, 도종환 전 문체부 장관 등에 대한 '총선용' 개각을 한 데 이어 지난 8월 이개호 전 농식품부, 진선미 전 여성가족부 장관을 교체했다.

김부겸, 김영춘 장관은 현 정부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인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에 출마할 예정이고, 일찌감치 지역에서 총선 대비 활동을 시작했다.

청와대는 지난 17일엔 이낙연 국무총리를 정세균 전 국회의장으로 교체하는 인사를 발표했다. 이 전 총리는 서울 종로 출마와 함께 공동선대위원장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지난 12일·19일 두 번에 걸친 차관 교체 인사도 총선 출마용 성격이 짙다.

김영문 전 관세청장, 문미옥 전 과기부 1차관, 기찬수 전 병무청장은 PK 지역에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장관급이 출마하면 후임 청문회 부담이 크기 때문에 차관급을 집중적으로 총선에 내보내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렇게 바뀐 장·차관급이 최소 10명에 달한다.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청와대는 지난 8월 지자체장 출신인 김영배·김우영·민형배·복기왕 전 비서관을 교체하면서 "더 이상 총선용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청와대가 총선에 너무 관여한다는 우려가 나왔다"고 했다. 하지만 '총선 승리가 우선'이라는 여권 핵심부 방침에 이런 목소리는 묻혔다.

관가(官街)에선 차관까지 선거에 차출되는 상황에서 부처가 현안을 제대로 챙기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토교통부에선 지난 18일 '타다 금지법' 등 정부의 교통 정책을 책임지던 김경욱 2차관이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타다 금지법'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상태인데도 교통 정책을 총괄하던 김 차관이 돌연 퇴직하면서 국토부 내부에서도 비판적 목소리가 작지 않다.

문미옥 과기부 1차관 교체에 대해 과기부 내에선 "아직 과기 분야 과제가 많은데 1년밖에 안 된 실세 차관을 빼 가는 건 너무하다"는 얘기가 많다. 문 차관은 과기정통부 현안을 챙기기보다 과학계 적폐 청산 작업 등 청와대 코드에 맞는 정책에만 몰두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일본 수출 규제 상황에서 과기부가 한 일이 뭐가 있느냐"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보건복지부 안팎에선 강원도 철원군이 고향인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강원도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 지역구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돈다. 김 차관은 아직 확실한 의사 표명을 하지 않았다. 의사 출신인 정은경 질병관 리본부장은 비례대표 출마설이 있다.

여권에선 추가 인사설도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유은혜 사회부총리,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의 총선 차출을 요구해 온 민주당은 아직 그 카드를 완전히 접지는 않았다. 하지만 추가 교체 인사를 할 경우 후임 청문회 부담에다 '국정 운영을 내팽개친다'는 비판도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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