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월드투데이] 박희숙 기자 = 국내 예능 TV프로그램이 이주민 출신 국가에 따라 차별적으로 이주민을 묘사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주민 출연 예능프로그램 모니터링 결과를 지난 19일 발표했다.

모니터 대상 프로그램은 EBS 1TV '다문화 고부열전', '글로벌 아빠 찾아 삼만리', KBS 2TV '이웃집 찰스', '슈퍼맨이 돌아왔다',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대한외국인', 다문화TV '우리들의 슬램덩크'이다.

이번 모니터에는 이주여성 평가단이 참여했다.

[사진=EBS '글로벌 아빠 찾아 삼만리']

조사 결과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서 동남아권 이주민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거나 갈등을 빚으며 도움을 청하는 모습으로 표현됐다.

반면 서구권 이주민은 부유하고 유능하게 그려졌다.

“이러한 구성은 특정 국가에 대한 편견과 인종차별적 시선을 강화한다”고 민언련은 지적했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경우, 동남아권 출연진은 1명도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캐나다는 20명, 유럽권(러시아 포함)은 33명 출연했다.

반대로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갈등을 다루는 '다문화 고부열전'은 주인공 12명 중 10명이 동남아권 출신이었다.

민언련은 프로그램 속 사소하지 않은 차별도 지적했다.

동화주의, 무례함, 가난을 전시하는 방송, '다문화'란 단어의 오용, 언어적 위계화, 계층차별 관념, 성 역할 고정관념 등으로 카테고리를 분류해 설명했다.

동화주의의 경우 한국 음식을 잘 먹는 이주민을 보고 "한국 사람이 다 됐네" 같은 표현을 쓰는 경우가 많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불쾌하게 느끼는 경우가 있다고 민언련은 꼬집었다.

[사진=KBS '이웃집 찰스']

또 무례함의 사례로는 이주민의 한국어가 서툴다고 지적 수준까지 떨어진다는 전제로 질문을 하거나, 아이처럼 대하는 경우를 들었다.

'글로벌 아빠 찾아 삼만리'에서 캄보디아 출신 주인공 니라 씨 집의 벽면에 한글로 붙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글귀를 본 제작진이 "무슨 뜻인지 아냐"고 묻는 장면 등이 지적됐다.

이밖에 '다문화 고부열전' 등에서 가난한 생활을 과장되게 그리거나, 동남아권 언어를 쓰면 한국어가 모자란다고 핀잔을 주면서 서구권 언어를 사용하면 유능하다고 칭찬하는 연출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민언련은 이러한 방송을 ‘빈곤의 포르노’라고 규정했다.

민언련은 “불쌍한 모습을 과장되고 의도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빈곤 포르노’다. 이 과정에서 촬영 대상의 인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주민 예능 프로그램에선 ‘다문화’라는 단어가 일상적으로 사용됐다.

유엔 인종차별 특별 보고관 무토마 루 티에르는 특정 집단을 인종주의적으로 구별하는 ‘다문화’라는 용어의 오용 금지에 대한 금지하고, 방송심의 규정에 인종차별금지에 대한 구체적 서술 등을 권고한 바 있다.

민언련은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 무관하게 ‘다문화’라는 표현은 다문화인 사람과 다문화가 아닌 사람으로 나누는 경계선이 된다. 특정 출신 국가나 대륙의 사람들을 '다문화'로 불리는 범주 안으로 넣음으로써 개인의 다양성과 정체성을 보이지 않게 만들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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