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월드투데이] 남궁진 기자 = 삼성그룹의 노조 와해 전략 중 일부 내용이 이건희 회장 보고용으로 만들어진 문건에도 포함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7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사건을 판결하면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등의 공모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내용을 사실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미전실에서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하기 위해 2011년 3월 작성한 '복수노조 시행에 따른 대응방안' 문건에는 그룹 노사전략과 일치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해당 문건에는 "원천적으로 노조 설립 가능성을 차단하겠다"거나 "만약 소수 문제인력에 의한 노조가 생기더라도 조기에 와해시키도록 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시간을 끌면서 고사화하거나 사측 노조를 설립해 무력화시키는 방안도 강구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는 재판에 넘겨진 삼성 에버랜드 노조 방해 사건의 혐의 내용과 비슷하다.

재판부는 이 문건의 파일 이름 마지막에 'A보고'라고 적혀 있다는 것을 근거로 이건희 회장 보고용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실제로 이 문건이 이 회장에게 보고됐는지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최지성 전 미전실장이 관련 지시사항을 하달한 일이 있다는 정도만 인정했다.

앞서 검찰은 2013년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150쪽 분량의 '2012년 S그룹 노사 전략' 문건을 폭로한 이후 관련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했으나 이건희 회장과 최지성 실장 등을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폭로 이후 6년 만에 이뤄진 판결에서, 재판부는 2012년 문건만이 아니라 2010∼2013년 작성된 문건 내용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미전실 차원의 '조직적 범행'임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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