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월드투데이] 남궁진 기자 = 전 세계 153개국 과학자 1만 1000명이 기후 변화 대처 비상선언을 발표하고, 세계 각국이 즉시 효과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산불 현장 모습. 기후변화에 따른 건조 현상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산불도 잦아졌다. 산불은 생태계를 파괴하고 온실가스를 대기 중에 대량 방출한다[사진출처=뉴스1]

이번 세계 과학자 연합(Alliance of World Scientists)의 선언을 주도한 미국 오리건 주립대(OCU) 윌리엄 리플(William J. Ripple) 교수와 크리스토퍼 울프(Christopher Wolf) 교수는, 현재와 같은 ‘전례 없는 인간의 고통’은 온실가스 배출 및 기후 변화와 관련된 요인들을 양산해 내는 인간 활동을 깊이 지속적으로 변화시키지 않고는 피할 수 없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OCU 삼림대 생태학 석학교수인 리플 박사는 “지난 40년간 중요한 세계적 협상이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냥 평소처럼 생활해 오다 위기를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고 말하고 “기후 변화는 많은 과학자들이 예측한 것보다 훨씬 빨리 가속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선언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정부기관들이 기후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학교 어린이들까지 항의에 나서고 있으며, 법정에서는 생태 파괴 소송이 진행되는 등 풀뿌리 시민운동이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대해 많은 국가와 지방 및 도시, 산업체들이 반응을 보이는 등 최근의 고조된 관심에 고무되었다”며 “세계 과학자 연합은 의사 결정권자들이 지속 가능하고 공평한 미래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자 ‘바이오사이언스’(Bio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서 저자들은 1만 1000명 이상의 서명 과학자들과 함께 기후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위기적 신호 추세를 도표로 보여주며 효과적인 기후 변화 완화 행동지침을 제시했다.

이들은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인류가 즉각 조치를 취해야 할 사항으로 다음 여섯 가지 영역을 지적했다.

먼저 화석 연료를 저탄소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고, 남는 화석 연료는 그대로 땅속에 보존하며,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회사에 대한 보조금 폐지, 화석 연료 사용을 제한할 수 있는 충분히 높은 탄소세를 부과하라는 내용이다.

두 번째는 메탄, 그을음, 수소불화탄소와 기타 단기 기후 오염물질 배출을 신속하게 줄이자는 주장이다. 그렇게 하면 향후 수십 년 동안 단기 온난화 추세를 50% 이상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바다와 숲과 대기, 얼음, 산악 등 다섯 가지 요소가 기후 시스템에서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나타낸 그림. 온실가스 등에 따른 기후 변화로 이런 요소들이 상호 악영향을 미치며 지구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세 번째는 산림과 초원, 이탄지대, 습지와 맹그로브 숲 같은 생태계를 복원 및 보호함으로써 이들 생태계가 핵심 온실가스인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격리시키는 큰 몫을 담당토록 하자는 의견이다.

네 번째는 식물성 식품을 더 많이 그리고 동물성 식품을 더 적게 섭취하자는 주장이다. 이 같은 식단 변화는 메탄과 다른 온실가스들을 현저하게 줄이고, 가축 사료가 아닌 사람이 먹을 식량 재배를 위한 농토를 넓히게 된다는 것.

다섯 째는 탄소 없는(carbon free) 경제로 전환해 생물권에 대한 인간의 의존을 해결하고, 국내 총생산(GDP) 성장과 풍요의 추구라는 목표에서 탈피하자는 내용이다. 즉 생물권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태계 개발을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섯 째는 사회 경제 정의를 보장할 수 있는 접근 방식을 사용해 하루 20만 명 이상 늘어나는 지구촌 인구를 안정화시키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미국 아이오와 핀치필드 지역에서 홍수로 주택가가 물에 잠긴 모습. 기후 변화에 따라 급변 기상 현상이 증가하면서 기상재해도 늘고 있다[사진출처=뉴스1]

논문은 “인간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기후 변화에 대처하고 이를 완화시키는 일은 우리 지구촌 사회가 기능하고 자연생태계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중요한 변화를 수반한다”고 기술했다.

논문의 바이탈 사인(생명 징후) 도표는 1979년 제네바에서 열린 제1차 세계 기후회의 이래 지난 40년간의 여러 주요 기후변화 지표와 요인을 보여준다.

최근 수십 년 동안 많은 국가의 의회들은 긴급 행동이 필수적이라는데 동의했으나 온실가스 배출은 여전히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간 활동에 파생되는 다른 불길한 징후로는 1인 당 육류 생산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지구촌의 숲이 사라지는 한편 항공기 승객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탄소는 기후 시스템 구성요소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옮겨진다. 생물체에 의해 고정되고 바다와 대기를 통해 운반된다. 탄소는 대표적 온실가스로 과도한 온실가스들은 지구 기온을 높여 생태계를 교란시킨다.

전 세계 출생률이 줄어들고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 손실 감소, 풍력과 태양력 발전 증가 등 몇몇 고무적인 징후가 있으나 이런 조치들에도 우려가 따른다. 예를 들면 출생률 감소는 지난 20년간 둔화되었고, 아마존 우림 손실 속도는 다시 증가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리플 교수는 “지구 표면 온도와 해양 열량, 극한 날씨와 그에 따르는 비용, 해수면 상승, 바다의 산성화, 미국에서의 화재 빈발 등이 모두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여름철 북극해 얼음의 역대 최소화를 비롯해 그린란드와 남극 빙상 및 빙하 두께의 감소에서 보여지듯 세계적으로 얼음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으며, 이런 모든 급속한 변화는 이제 행동이 긴급하게 필요하다는 사실을 부각시킨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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