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경의 '시선']후흑학(厚黑學)의 대가들이 출제하는 선거법 수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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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경의 '시선']후흑학(厚黑學)의 대가들이 출제하는 선거법 수능시험
  • 윤태경 기자
  • 승인 2019.12.2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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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경 본부장
▲윤태경 본부장

독일의 유명한 동화 중 3강도 얘기가 있다.

“길 가던 강도 3명이 황금 덩어리를 발견했다. 이들은 강도 생활 청산의 꿈에 부풀었다.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강을 건너기 위해 나룻배를 탔다. 2명은 노 젓는 동료 1명을 죽여서 물에 던져 버렸다. 한 명 몫이 줄어들자 두 사람은 흐뭇해했다.

시장기가 돌자 한 명은 마을에 내려가 음식을 장만하고 남은 한 명은 황금을 지키기로 했다. 마을 내려간 강도 1명이 동료 1명을 죽여 황금을 독차지하려고 술병에 독을 넣었다. 황금을 지키던 나머지 한 명도 마을 내려간 동료를 죽이려고 비수를 감췄다.

비수든 강도가 마을에서 돌아온 동료를 죽이고 혼자 남았다. 기쁨에 취해 독을 탄 술을 모르고 마시다가 죽었다. 3명은 모두 죽고 남은 것은 주인 없는 황금뿐이었다.”

한국 철학의 대부 김형석 교수의 ‘백년을 살아보니’에 소개된 독일 동화 얘기다.

인간의 끝없는 탐욕, 비정상적인 이기심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동화다. 인간의 탐욕은 재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 탐욕이 권력을 향할 때는 국가발전은 퇴보하고 국민 불행은 심화된다.

최근 선거법 개정을 둘러싼 여당과 친여 군소정당들의 행태는 청나라 말 리쭝우(李宗吾)의 ‘후흑학(厚黑學)’을 연상케 한다. ‘후흑’이란, ‘면후(面厚)’와 ‘심흑(心黑)’을 합성한 말이다. 두꺼운 낯가죽과 시커먼 속마음을 뜻한다.

선거법은 선거 규칙을 정하는 게임의 룰이다. 공정성 담보 여부가 생명력을 좌우한다. 그런데 여당과 범여권 4개 군소정당 모임인 ‘4+1 협의체’는 제1야당을 패싱하고 선거법을 변칙 처리하려 한다. 온당한 대의제 민주국가라면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을 ‘후흑학의 대가’들이 강행할 태세다.

이들은 이미 제1야당을 왕따로 만들고 500조가 넘는 내년도 예산안도 강행 처리했다. 정권의 숙원사업은 공수처법 통과로 사법부와 검경을 장악하는 것이다. 여당이 공수처법을 통과시키려면 친여 4개 군소정당 도움이 절실하다. 여당 탐욕에 기생하고 있는 4개 군소정당들도 선거법처리 순서가 되자 한 석이라도 더 챙기려 혈안이다.

강도처럼 빼앗은 장물 배분을 놓고 서로 많이 가지려다 싸움도 벌어졌다. 독일 동화 강도 이야기처럼 탐욕에 눈이 멀어 난장판이 된 것이다.

4+1 협의체는 지역구 225석, 비례 75석, 연동률 100%를 골자로 하는 선거법 원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태웠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발의한 원안이다. 4+1 협의체 내분으로 민주당이 원안을 상정한다고 하자 심상정 대표는 협박하느냐고 반발한다. 자신이 발의한 법안을 상정하겠다는데 결사반대한다. 자가당착도 유분수지 정도가 심하다. 그러면서 원안을 자기들 입맛대로 주무른다. 선거제도개혁이란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면서 남의 것을 하나라도 더 빼앗으려고 혈안이다.

표심을 담을 그릇인 선거법은 간단명료해야 한다. 행사한 표심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유권자 스스로 쉽게 예상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20대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지역구 1표를 줬으면 비례대표는 다른 정당에 1표를 행사한 경우가 많았다. 특정 정당이 독식하지 못하도록 견제와 균형의 표심을 슬기롭게 행사했던 것이다.

[(300석×정당 득표율 보정 값)-지역구 당선자 수]÷2

’후흑학의 대가‘들이 만들려는 비례대표 의석 배분 산식(算式)이다. 30석만 연동률 적용한다면 의석 배분 자체가 달라지고 석패율을 도입하면 또 달라진다

연동형 50%, 30석 연동률 상한선에 캡을 씌운다, 캡은 21대 총선 한시적 적용이다, 석패율이 어려우면 이중등록제를 도입한다 등등 그들만의 용어로 자기들 밥그릇 수 세기에 바쁘다.

선거법이 개정되더라도 지역구 후보 1표, 정당 1표 행사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그들에게 유리하게 채점 방식만 바뀌는 것이다. 채점 방식이 바뀌면 정의당은 비례대표 의석수가 대폭 늘어나 대박·횡재 정당이 된다.

심상정, 정동영, 손학규, 박지원 등 군소정당 대표자급들은 석패율제 도입을 악착같이 주장한다. 석패율제는 이들이 지역구에서 떨어지더라도 비례대표로 당선을 보장하는 ’재선 보장 제도‘다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들, 이해하기 어려운 산식….

‘후흑학의 대가’들이 생업에 바쁜 국민에게 출제하려는 선거법 수능시험 내용이다. 내가 행사한 표가 어디로 가는지, 누구한테 유리한지 알 수가 없다. 대통령중심제 국가 중 이렇게 복잡한 선거제도를 가진 나라는 지구상에는 없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걱정스럽다.

윤태경 기자    songinmo5024@naver.com


기사 URL : http://www.iworld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303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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