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의장, 선거법 기습 상정[사진=김우정 기자]

[서울=월드투데이] 김우정 기자 =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범여 군소 정당들이 이날 8개월 만에 합의한 선거법 개정안을 기습 상정했다.

문 의장은 당초 27번째 안건이었던 선거법 개정안을 4번째로 앞당기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시급하다고 했던 예산 부수 법안, 민생 법안 처리를 뒤로 돌렸다. 자유한국당은 거세게 반발했고 오는 25일까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들어갔다.

앞서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 이른바 '4+1 협의체'는 이날 의석수를 현행(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대로 유지하고 연동률 50%를 적용받는 비례대표 의석은 내년 총선에 한해 30석으로 제한하되 석패율제는 민주당 요구대로 도입하지 않는 데 합의했다.

문 의장은 그 직후 본회의 개의 절차에 들어갔다. 그러자 한국당은 이날 본회의에 오른 예산 부수 법안에 대해 무더기 수정안을 제출하고, 임시국회 회기 결정 안건과 선거법 개정안 등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문 의장은 민주당이 제출한 대로 이번 임시국회 회기를 오는 25일까지로 표결 처리했고, 이어 22건의 예산 부수 법안 중 2건만 처리한 뒤 갑자기 안건 처리 순서를 변경해 27번째였던 선거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의장석 앞으로 몰려들어 "불법 날강도" "의장 사퇴" "아들 공천에 국회를 팔아먹었다"고 외쳤다. 필리버스터는 이번 임시국회가 끝나는 오는 25일까지가 시한이며 선거법은 오는 26일 시작될 임시국회 첫 본회의에서 자동 표결에 들어가게 된다. 민주당은 향후 임시국회를 1~3일로 쪼개 진행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등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4+1 협의체'가 합의한 선거법 개정안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에 오른 원안의 핵심 내용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사표(死票) 방지와 지역주의 완화 차원의 '선거 개혁'이란 당초 이들이 내세운 명분은 오간 데 없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지난 8개월간 '패스트트랙 정국'을 끌어온 배경에는 '4+1 협의체'를 유지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인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등을 처리하려면 호남계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범여권은 이날 공수처법에도 합의했는데 '기소심의위원회'를 설치하지 않기로 하는 등 기소권 남용이 우려되는 '무소불위' 공수처 탄생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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