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서울=월드투데이] 남궁진 기자 = 이른바 ‘사법농단 사태의 키맨’으로 주목 받았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수감된 지 1년여가 넘었음에도 구속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발부된 추가 구속영장도 지난달 14일 만료됐지만 구치소를 벗어날 수가 없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농단 사건의 핵심들이 대부분 보석 등으로 석방된 가운데 임 전 차장 홀로 구치소에 남아 있다.

임 전 차장이 구속기간 만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감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지난 6월 제기한 법관기피신청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제18조는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을 때 기피를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기피신청 제기부터 수감기간은 구속기간에 산입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임 전 차장이 제기한 기피신청은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서 기피신청이 잇따라 기각됐으며, 이에 불복한 임 전 차장의 재항고로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9월11일 기피신청을 접수한 대법원은 3개월이 넘도록 가타부타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본안 재판은 반년 째 멈췄고, 임 전 차장은 기피신청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석방이 불가능한 신세가 됐다.

기피신청 결과가 나온다 해도 추가 구속영장 발부로 인한 구속기간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보석석방 되지 않는 이상 한동안 자유의 몸이 되기 어렵다.

법조계에서는 구속피고인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대법원이 3개월 이상 판단을 내리지 않은 것을 두고 임 전 처장에 대한 보복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정도면 직무유기 수준”이라며 “형사소송법이 강조하는 무죄추정 원칙이나 신속한 재판의 원칙 등만 고려해도 이처럼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임 전 차장이 제기한 기피신청의 경우 신속함보다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통상 재판 시작 전에 기피신청을 하는데, 한동안 재판이 진행된 뒤에 제기한 기피신청이라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피신청 인용과 기각 결정에 따라 6개월 동안 진행한 재판의 정당성이 판단의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법원 내규나 현행법에 구속피고인의 기피 신청을 우선적으로 혹은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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