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레이디협동조합[사진=최승호 기자]

­­[안동=월드투데이] 최승호 기자 = 경북에서 처음으로 이주여성들로 구성된 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지난 11월 7일 ‘글로벌레이디협동조합’(이하 글로벌레이디)이 정식으로 인가를 받은 것. 대표를 맡은 송문위(중국`칠곡군) 씨를 비롯해 도경미(베트남`상주시), 시아오리(중국`경산시), 웬티훼(베트남`구미시), 이수진(필리핀`구미시), 한유정(베트남`문경시), 황수빈(베트남`칠곡군) 씨 등 7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경상북도 결혼이민여성 글로벌인재 양성사업’이 이들을 새로운 도전으로 이끌었다. 3개국 출신 7명의 조합원 은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황수빈 씨를 제외하고 이중언어강사, 다문화교육 강사, 통·번역사로 일하고 있다. 현장에서 느끼는 서로의 고민을 나누다가 ‘소속감과 일체감을 가지고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 보자’고 마음을 모았다.

“개인 자격으로 기관에 일하러 가면 처음부터 신뢰를 얻기 힘들어요. 대부분 첫마디가 ‘어디서 오셨어요?’라고 물어요. 단체 소속이 아닌 경우 대우나 시선이 다르다는 것을 많이 느낍니다. 우리들이 마음 편하게 활동할 수 있는 단체가 필요했어요.”

협동조합은 지난 5월 말부터 준비했다. 6월 경상북도 청년협동조합 창업지원사업에 선정돼 조합 설립에 날개를 달게 됐다. ‘일단 부딪쳐 보자’는 생각으로 출발했지만 막상 뚜껑을 여니 넘어야할 산이 많았다.

한국어로 된 각종 서류가 가장 큰 문제였다. 모두 직장을 다니고 사는 곳이 달라 시간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밤잠을 줄여가며 준비에 매달렸다. 각자가 담당할 분야를 정하고 SNS로 소통했다. 경북다문화센터와 대구대 LINC+사업단이 여러 가지로 힘이 돼 줬으며 서류 검토는 대구소셜비즈센터의 도움을 받았다.

송문위 대표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시작하려고 했으나 경험을 더 쌓기 위해 일반협동조합으로 방향을 틀었다”며 “몸이 세 개라도 모자랄 정도의 시간을 보냈지만 정식 인가를 받고 사업자등록도 무사히 마쳤을 때 뿌듯했다”고 말했다.

협동조합의 장점 중 하나가 민주적 운영이다. 글로벌레이디도 마찬가지이다. 서로의 생각이 맞지 않을 때는 가장 먼저 대화로 합의점을 찾는다. 의견이 모아지지 않으면 투표로 결정하기도 한다. “여러 몸이지만 한 마음이 되려고 노력 중”이라는 이수진 이사는 “같이 일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다.

우리는 함께 성장하면서 힘들 때 도움이 되는 파트너인 것 같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옆에 있기를 바란다”며 웃었다.

글로벌레이디의 사업 분야는 크게 이중언어 사업과 행정 및 비즈니스 통·번역사업, 유통·무역사업으로 나뉜다. 이중언어사업과 통·번역사업은 이들이 가장 자신 있는 일이기도 하다. 학교·유치원으로 찾아가는 이중언어교육, 다문화이해교육, 부모교육과 더불어 화상교육도 진행할 예정이다.

행정 및 비즈니스 통·번역사업은 비즈니스 통·번역과 관광 통·번역으로 구분된다. 늘어나는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모국어 산업안전 교육도 준비 중이다.

농·수산품과 공산품을 주요 품목으로 하는 유통·무역사업은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립스틱, 아이들을 위한 홍삼젤리, 다이어트 식품은 이미 베트남으로 수출했다. 황수빈 씨의 중개를 통해 중국에서 톱밥을 수입하던 이주여성이 수입처를 베트남으로 옮기기도 했다.

이·미용품은 OEM방식으로 위탁생산하고 한국과 베트남, 베트남과 중국, 중국과 필리핀 등 여러 나라를 이을 수 있도록 시장도 넓혀나갈 예정이다.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국내에서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모국으로 수출할 계획도 세웠다.

포도농사는 짓는 도경미 이사는 “좋은 농산물을 한국인뿐만 아니라 모국 사람들도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몰랐다. 글로벌레이디를 통해 길을 찾은 것 같다”며 의지를 다졌다.

글로벌레이디는 봉사활동도 꾸준히 전개할 생각이다. 첫걸음으로 지난 10일 황수빈 이사가 조합을 대표해 베트남 학생 10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모국의 학생들에게 주는 장학금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우리도 한국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다문화가정이 도움을 받기만 한다는 인식을 바꿔 나갈 것”이라는 황수빈 이사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의 장점을 살려 세계를 두드리겠다는 글로벌레이디는 10년 후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해 더 많은 이주여성들과 함께하는 꿈을 그리고 있다.

송문위 대표는 “보다 나은 일자리를 만들고 한국과 모국을 잇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어 용기를 냈다.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돼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응원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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