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월드투데이] 박희숙 기자 = 올해는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권력형 성폭행' 유죄 판결, '탈코르셋 운동' 안정화 등 여성 인권에 관한 사회적·문화적 논의가 활발하게 나타난 해다.

[사진=박희숙 기자]

헌법재판소는 올해 4월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전면 금지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 임신한 여성과 시술한 의사를 처벌하게 한 법 조항이 위헌이다”라고 결정했다.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만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했다는 것이 헌재 설명이었다.

다만 낙태죄 규정을 곧바로 폐지해 낙태를 전면 허용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라 2020년 12월 31일까지 낙태죄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하도록 했다.

이때까지 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낙태죄 규정은 전면 폐지된다.

불법 촬영과 성폭행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올해도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가수 정준영이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멤버들과 집단 성폭행에 가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올해 11월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한편 올해 11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수 겸 방송인 구하라 씨는 전 남자친구에 의한 데이트 폭력과 성관계 영상 유포 협박의 피해자이기도 했다.

구씨의 전 남자친구 최종범 씨는 구씨에 대한 상해·협박 등 혐의로 올해 8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올해 10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는 여성 혐오적 표현 등 악성 댓글과 루머로 고통을 받은 피해자였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상임 연구위원은 "불법 촬영과 그에 따른 2차 피해는 IT 기술과 결합한 젠더 폭력의 새로운 양상"이라며 "피해자들은 평생 유포의 불안에 떨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개선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탈코르셋'은 벗어난다는 뜻의 '탈'(脫)'과 체형 보정 속옷인 '코르셋'(corset)을 결합해 만든 신조어로, 화장한 얼굴과 긴 머리 등 사회적으로 고정된 '여성성'을 거부하는 문화 운동이다.

여성들은 화장품을 모아 휴지통에 버린 사진이나 화장기 없는 맨얼굴, 길었던 머리를 짧게 자른 사진 등을 '탈코 전시', '탈코 인증' 등 해시태그와 함께 SNS에 올리기도 한다.

인스타그램에는 올해 12월 기준으로 인증 사진 3천여 장이 올라와 있고, '탈코르셋'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은 1만 6천여 개에 달한다.

이민경 작가는 "2019년에는 대중을 상대로도 탈코르셋 운동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라며 "2020년에도 꾸밈노동, 강요된 여성성, 키즈 메이크업을 비롯해 탈코르셋이 부각하고자 한 정치화가 이어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올해 9월 수행비서 김지은 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대법원 판결로 징역 3년 6개월을 확정 받았다.

지난해 3월 김 씨가 한 방송에 출연해 성폭행 피해를 폭로하고 안 전 지사를 검찰에 고소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안 전 지사의 범행을 직접적으로 증명할 물적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김 씨와 안 전 지사의 전임 수행비서의 진술 신빙성이 재판의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며 김 씨의 무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성인지(性認知) 감수성의 개념이 구체적이지 않고 명확하지도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찬성 변호사는 "안희정 판결은 성폭력 형사사건에서 피해 진술이 갖는 중요성과 증거가치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박 변호사는 "성인지 감수성 개념은 아직 잘 정립된 개념으로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구체적인 판례들이 축적되면 성인지 감수성 개념도 점차 정착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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