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남연립 재건축[사진=한기택 기자]

[서울=월드투데이] 한기택 기자 = 헌법재판소가 재건축 사업에서 얻는 이익을 일부 회수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번 결정으로 서울 강남권 주요 지역 재건축 조합원은 1인당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이 넘는 부담금을 내야 할 전망이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까지 시행되며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이어서 강남권 재건축 사업이 올스톱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헌재는 2014년 9월 서울 용산구 한남연립 재건축 조합이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는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며 제기한 위헌 소송에서 지난 27일 재판관 전원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제3조 등이 평등·비례·법률 명확성의 원칙과 재산권 침해 여부 등을 고려할 때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재건축부담금이 공시지가라는 객관적 절차를 통해 산정되고 정상지가 상승분, 개발이익이 공제되기 때문에 피해가 최소화된다”고 설명했다. 부담금을 부과하지 않는 재개발 사업과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는 “공익성, 구역지정요건, 절차 등을 고려할 때 본질적인 차이가 있어 차별이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아파트 재건축에서 조합원이 얻은 이익을 일부 환수하는 제도다. 조합원 한 명당 3000만원 이상 개발이익을 얻을 때 초과분의 최대 절반을 회수한다.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처음 도입됐다.

한남연립 조합은 2012년 9월 정부가 조합에 1인당 5500만원의 부담금을 부과했다는 이유로 2013년 3월 첫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다. 하지만 2014년 7월 서울행정법원에서 기각됐다. 이후 2014년 9월 다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며 재판이 본격화했다.

이번 합헌 결정에 따라 서울고등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나오는 대로 재건축부담금이 각 조합에 부과될 예정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재건축부담금을 통지한 조합은 모두 16곳으로, 부담금 총액은 1254억원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재건축 사업에서 발생한 과도한 개발이익을 거둘 수 있게 됐고, 이를 통해 주택시장 안정과 사회적 형평을 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는 지난해 4월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등 11개 재건축 조합이 제기한 위헌 소송도 각하 결정을 내렸다. 준공 인가 이후에야 청구인들이 재건축부담금 부과 대상일지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한 조합들이 현재 기본권을 침해받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헌 결정으로 서울 강남 재건축 사업이 줄줄이 중단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합원 한 명이 내야 할 부담금이 수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서울 송파구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문정동 136’ 조합원에게는 작년 1인당 평균 5795만원의 부담금 예정액이 통보됐다. 작년 5월 서초구 반포현대아파트에 이어 강남권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컸다. 이에 앞서 반포현대아파트에는 조합이 최초 제시한 부담금 희망액(850만원)보다 16배 많은 예상액(1억3569만원)을 통보됐다.

국토부는 작년 초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이 내야 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부담금이 최고 8억 40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서울 재건축아파트 20개 단지를 대상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다. 이 중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15개 단지의 재건축아파트 조합원 1인당 초과이익 부담금은 평균 4억4000만원으로 추산했다. 강남4구가 아닌 5개 단지의 조합원당 평균 부담금은 1억4620만원인 것으로 산출했다.

강남권 단지 중에서 조합원당 평균 부담금이 가장 많은 곳은 8억4000만원이었다. 또한 3개 단지는 6억~6억7000만원, 가장 적은 단지는 1억6000만원이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작년부터 집값이 급등한 상황이라 재건축 부담금은 더욱 많아졌을 것”이라며 “분양가 상한제까지 겹친 터라 강남권 재건축이 올스톱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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