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월드투데이] 남궁진 기자 = 승객이 놓고 내린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니다가 이를 빼돌렸다는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택시 기사에게 대법원이 무죄 취지의 판결을 했다.

[사진제공=대법원]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점유 이탈물 횡령 혐의로 기소된 택시 기사 김 모(55) 씨에게 벌금 5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김 씨는 작년 2월 28일 승객 황 모 씨가 택시 안에 떨어뜨린 96만 원 상당의 휴대전화를 습득하고서도 이를 황 씨에게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황 씨는 휴대전화를 찾기 위해 자신의 휴대전화로 여러 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도 보냈지만, 연결이 되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다.

김 씨는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 휴대전화를 돌려주려고 보관을 하고 있었지만 잠금이 걸려있어 전화를 받을 수 없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1심은 이 같은 김 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휴대전화를 가질 의사가 있었다면 이발소에서 충전해달라고 부탁했을 것으로 보이지 않고, 황 씨의 휴대전화가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사용이 쉽지 않은 면도 있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유죄가 인정된다며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실제 휴대전화에는 잠금장치가 돼 있지 않던 점, 김 씨 역시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다니는 사람으로 승객의 통화 및 문자 연락을 모두 인지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경찰에서 연락이 오자 택시 내 블랙박스 영상을 모두 삭제한 점을 유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2심 결론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김 씨가 휴대전화에 잠금장치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면 (수사기관에서)바로 알 수 있는 잠금 여부에 대해 '잠금이 열리지 않았다'라는 등의 진술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잠금장치가 돼 있다고 오인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경찰에게 자신의 결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며 이발소 업주의 번호를 알려준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발소 업주 진술의 신빙성도 함부로 배척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블랙박스 영상이 모두 삭제된 점에 대해서도 "이 사건 때문에 영상을 삭제했음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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