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 만이 남은 가평초교 폐교, 왼쪽 두 명 가평초교 마지막 졸업생[사진=한기택 기자]

[평창=월드투데이] 한기택 기자 = 교문 앞에 문방구 대신 외양간의 누렁소가 학생들을 반기는 시골의 작은 학교가 2019년의 마지막 날, 마지막 졸업식을 열었다.

31일 오전 강원 평창군 대화면 하안미리를 74년 동안 지켜오던 가평초등학교에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는 물론 마을 이장과 교육장, 인근 학교 교장까지 60여 명이 모여 작은 강당을 가득 채웠다.

이날 졸업하는 김은택(12)군과 곽효은(12)양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지만, 얼굴 한구석에는 아쉬움이 짙게 묻은 듯했다. 올해를 끝으로 이 학교에서 더는 졸업생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졸업 가운과 학사모 차림의 두 학생은 졸업식 시작 때는 장난 치며 밝게 웃다가 후배들을 위한 편지를 낭독하면서 끝내 눈물을 떨궜다.

"아우들아 비록 우리 학교를 떠나야겠지만 다른 학교에 가서도 즐겁게 지내길 바라" 김연옥 교장도 회고사 마지막에 울음을 참지 못했고, 이를 듣던 참석자들도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쳤다. 마지막 교가를 제창할 때 교사와 학생 외에도 많은 참석자가 노래를 따라 불렀다. 대다수가 이 학교 졸업생이다.

이 학교 43회 졸업생 함용식(38)씨는 "아버지와 나, 아들까지 3대가 이 학교를 나왔는데 이제 사라진다니 너무 아쉽다"며 "지금 2학년인 아들이 더 큰 학교로 전학하게 되지만 섭섭한 마음을 숨길 수 없다"고 말했다.

1945년 7월 안미국민학교 가평분교장으로 개교한 이 학교는 1949년 가평국민학교로 승격, 1996년 가평초등학교로 이름을 바꿨다. 한때 전교생이 40여 명까지 이르던 학교는 현재 졸업생을 제외하면 전교생 3명에 불과한 작은 학교가 된다.

개교 이후 졸업생 694명을 배출한 가평초교는 내년 3월 문을 닫는다. 나머지 학생 3명은 인근 대화초등학교로 전학한다.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는 시골 작은 학교의 폐교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강원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7년 사이 도내 폐교 수(분교장 포함)는 2013년 5개, 2014년 5개, 2015년 2개, 2016년 8개, 2017년 4개, 2018년 4개, 2019년 10개로 총 38개에 달한다. 2020년에도 가평초교를 포함해 2개 학교가 문을 닫을 계획이다.

김연옥 교장은 "우리 아이들이 모교를 그리워할 때 '너희들의 학교는 좋은 곳이었다'고 위로하며 따뜻하게 보듬어달라"고 학부모들에게 부탁했다.

졸업식이 끝난 뒤 전교생 5명은 운동장에 모여 마지막 기념사진을 찍었다. 시골 마을 한구석을 지탱하던 공동체의 마지막 추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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