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유기·이혼·빈곤 등의 이유로 영·유아 82.1%가 베이비박스를 통해 시설에 들어 와
보육사 한 명이 돌보는 0~2세 영아 수는 평균 4.2명씩 돌봐

[서울=월드투데이] 문영미 기자 = 학대·유기·이혼·빈곤 등의 이유로 아동보호시설에 보내진 영·유아가 열악한 환경에서 양육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육사 한 명이 돌보는 0~2세 영아는 법적 기준의 두 배인 평균 4명을 웃돌았다. 이정림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아동보호시설 영·유아 양육실태 및 지원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사진제공=베이비 박스)

아동보호시설은 보호가 필요한 아동이 원가정으로 복귀하기 전이나 자립하기 전까지 일시적으로 이들을 보호·양육하는 시설이다. 일시보호시설과 위탁가정, 공동생활가정(그룹홈) 등이다. 연구진은 영·유아 담당 보육사 263명을 대상으로 시설의 양육·종사자 현황 등을 조사했다. 또 관련 종사자나 기관장 등 41명을 심층면담했다. 

조사 결과 돌봄 환경은 열악했다. 종사자 한 명이 0~2세 영아를 평균 4.2명씩 돌봤다. 보고서는 “아동복지법 시행령에서 제시하고 있는 0~2세 보육사 배치기준인 아동 2명당 1명을 현저히 초과하는 숫자”라고 지적했다. 1~2명을 돌보고 있는 경우는 28.9%에 불과했고, 3~5명이라고 응답한 이가 44.4%로 가장 많았다. 6명 이상을 돌보고 있는 경우도 26.7%나 됐다. 

보고서는 “베이비박스를 통해 시설에 들어오는 영아가 다른 연령보다 많기 때문으로 추정된다”며 “영아기는 다른 시기보다 돌봄을 가장 많이 필요한 시기인 만큼 보육사의 부족으로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사회적·국가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설로 보내지는 영아 10명 중 8명(82.1%)은 베이비박스를 통해서 온다. 

▲보육사 1인당 돌봄 영아 수

유아만 돌보는 경우 보육사 한 명이 평균 4.8명을 담당했다. 10명 중 7명(71.3%)은 5명 이하를 돌봤지만, 6명 이상을 담당하는 보육사도 28.7%나 됐다. 영·유아를 함께 보는 경우에는 보육사 1인당 돌보는 아동이 평균 8.0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원가정과의 교류는 사실상 끊겨 있었다. 교류하고 있지 않는 영아가 대다수(89.5%)였다. 유아의 경우에도 그 비중은 87.3%였다. 대부분 베이비박스로 유기돼 부모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정림 연구위원은 “그나마 가정과 비슷한 환경의 일반 가정에 위탁되는 경우 적대적이거나 공격적 성향은 낮았다”며 “양육시설 아동에게선 갈등 상황에서 상대에 대한 공감이 나타나지 않고 도덕교과서의 내용을 그대로 반복하는 패턴이 보이는 등 향후 사회생활 시 감정 교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연구위원은 “부모의 유기 등으로 원가정 복귀가 어렵다면 영·유아 전문 위탁 가정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보호 아동이 생기면 원가정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되, 가정과의 분리가 불가피할 경우 '국내입양→위탁가정→공동생활가정→아동양육시설'등의 순으로 보호하도록 한다. 2세 미만 영아의 경우 위탁가정 우선 배치가 원칙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보호조치가 이뤄진 아동은 2003년 1만222명에서 2013년에는 6020명으로, 2018년에는 3918명으로 꾸준히 줄었다. 발생유형을 보면 미혼 출산이나 부모 이혼 등의 사유보다 학대나 유기를 원인으로 하는 보호 아동이 증가하는 추세다. 

2003년에는 학대(43.7%)와 미혼출산·혼외자(43.6%)이 보호아동 발생의 원인으로 비슷했지만 2018년에는 학대(36.1%)가 가장 높았다. 미혼출산·혼외자로 인한 사유는 15.9%로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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