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월드투데이] 문영미 기자 = 지하주차장도 없어 엘리베이터를 쓸 일이 없는 한 아파트 단지 1층 입주자가 "다른 세대와 똑같은 승강기 교체 비용을 부담할 수는 없다"라면서 소송을 냈다.

법원은 1층 주민의 손을 들어줬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사진=문영미 기자]

서울남부지법 민사 17단독 이광열 판사는 서울 양천구 모 아파트 1층 주민 조 모 씨가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 등을 상대로 낸 장기수선 충당금 균등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입주자 대표회의는 1994년 준공 당시 설치된 낡은 엘리베이터를 교체하기 위해 주민 299세대가 부담하는 장기수선 충당금을 5년간 인상해 비용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엘리베이터를 자주 이용하지 않는 1·2층 주민 48세대에게도 균등하게 인상분을 부과해야 할지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전 입주민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설문에 응한 262세대 중 과반인 142세대가 '균등 부과' 안을 선택했으나 120세대는 1·2층 주민을 장기수선 충당금 인상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적어도 인상률을 달리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해당 아파트의 3층 이상 주민이 251세대인 점을 고려하면 이들 중 상당수도 '차등 적용' 안에 동의한 셈이다.

그러나 입주자 회의는 '균등 부과'가 과반으로 나온 설문 결과를 근거로 작년 5월부터 1·2층 주민에게도 다른 주민과 동일하게 2만 원에서 5만 원으로 인상한 장기수선 충당금 부과를 강행했다.

1·2층 주민들이 이 같은 조치가 부당하다고 반발하면서 소송이 시작됐다. 원고 조 씨 외에도 1·2층 주민 43세대가 조 씨의 소송 취지에 동의하는 확인서를 제출했다.

법원은 "승강기가 공용 부분인 점을 고려해도, 승강기를 이용하지 않으니 장기수선 충당금을 균등 부과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원고의)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라며 "해당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이 없기 때문에 1층 입주자가 승강기를 이용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이런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 부담 비율을 결정했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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