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과 미국인, 같은 음악 들으면 같은 감정 느껴

사진=픽사베이

[서울=월드투데이] 송다미 기자 = 음악이 사람들에게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음악으로 슬픈 감정을 가라앉히기도 하고, 사람들의 사기를 돋우기도 기쁨을 더욱 고조시키는 역할로 세계 전역에서 오랜 시절부터 쓰였다. 그런데 그 감정이 무려 13가지나 된다는 점은 상당히 놀랍다. 또한,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어도 음악을 들을 때 각각의 곡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UC 버클리 대학 과학자들은 사람들이 음악을 들으며 겪는 감정적 반응에 대해 조사했다. 이들은 미국과 중국에서 모집한 2800명 이상의 실험 참가자들이 서구 음악 2168곡의 샘플에 대해 느낀 감정적 반응을 비교·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중국인과 미국인들은 문화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들을 때 13개의 상당히 구체적이고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이들이 느낀 감정은 재미, 즐거움, 에로티시즘, 아름다움, 이완, 슬픔, 꿈, 승리, 불안, 무서움, 짜증, 반항, 솟구치는 감정 등이다.

음악을 들을 때 느끼는 13가지 감정 (사진제공=버클리 뉴스)

연구에 사용된 음악은 클래식, 팝, 록, 인디, 힙합, R&B, 컨트리, 영화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곡이었다. 중국 전통음악의 189개 샘플도 추가로 사용됐다. 연구자들은 피실험자들로부터 모두 37만 5230건의 반응을 수집했다.

1차 실험에서 피실험자들은 5초 분량의 서양음악 샘플을 듣고, 연구진이 제공한 ‘주관적인 경험의 범주’ 28개 목록에서 반응을 선택하고 자신이 느낀 감정의 정도를 점수로 매겼다.

예를 들어 비발디의 ‘사계절’은 사람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었고, 클래쉬(Clash)의 ‘락 더 카스바’(Rock the Casbah)는 흥분시켰다. 알 그린의 ‘렛츠 스테이 투게더’(Let’s stay together)는 관능, 이스라엘 카마카비오올레(Israel Kamakawiwo’ole)가 부른 ‘섬웨어 오버 더 레인보우’(Somewhere Over the Rainbow)는 기쁨을 느끼게 했다. 헤비메탈은 작곡가의 의도대로 반항심을, 영화 사이코(Psycho)의 샤워 장면 음악인 버나드 허먼(Bernard Herrmann)의 `더 머더'(The Murder)는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중국 음악을 포함한 두 번째 실험은 참가자들이 샘플 음악을 좋아했는지 싫어했는지, 또는 흥미진진하게 느꼈는지에 대해 광범위하게 평가했다. 두 나라 사람들이 같은 음악에 대해 똑같이 느끼는지를 검증하기 위한 실험으로, 참가자들은 나라에 상관없이 곡마다 비슷한 감정을 공유했다.

다만, 미국인과 중국인들이 받은 느낌이 비슷하다고 해서 그 감정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에 대한 의견에서는 차이가 나타났다. 실험 참가자들은 음악이 주는 분노, 기쁨, 짜증과 같은 일반적인 감정은 공유했으나, 자극의 수준에 따라 의견은 다르게 나타났다. 주 저자 앨런 코웬은 이것은 문화적 차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대화형 오디오 지도(https://www.ocf.berkeley.edu/~acowen/music.html#) 를 구성했다. 사이트에 들어온 방문객들이 커서를 움직여 각 감정 범주에 해당하는 수천 개의 음악을 들으며 자신의 감정적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특정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고안되는 심리 치료법에서부터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고객의 감상 욕구를 충족시키거나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알고리즘을 조정하는데 도움을 주는 등 다양하게 쓰일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저작권자 © 월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