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노조원 늘려 세(勢) 불리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비판 목소리 높아
조직만 생각하는 이율배반 이라는 지적

▲배민 업무시간 제한…노조 발끈[사진=안종만 기자]

[서울=월드투데이] 안종만 기자 = 회사가 정부 정책에 따라 "업무시간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하자, 노조가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하는 일이 벌어졌다.

음식주문 앱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과 민주노총 사이에서 벌어진 이례적인 '노사(勞使) 갈등'이다.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노사 갈등은 통상 반대의 경우가 많다.

주 52시간 정착 등 노동시간 단축투쟁에 나선 민주노총이 정작 특정 업종의 업무 시간 단축에 반대하고 나선 것. 업계에서는 "민주노총이 배민 배달원의 안전보다는 노조원을 늘려 세(勢) 불리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우아한 형제들은 지난 10일 '과로 예방을 위한 2060 정책'이라는 새로운 업무 원칙을 발표했다. 배민 라이더스(riders·배달을 전업으로 하는 자영업자)는 주 60시간 이상 업무를 금지하고, 배민 커넥터(connector·아르바이트 개념으로 배달일을 하는 대학생·일반인)는 주 20시간 이하로 제한했다.

배달원과 계약 조건에 따라 3월, 6월, 연내 등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우아한 형제들은 "과도하게 장기간 오토바이로 배달 업무를 하다 보면 사고 위험이 증가한다"며 "노동부가 정한 '과로의 기준'이 주 60시간 이상인 만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같은 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민라이더스지회는 입장문을 내고 "시간제한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반대했다. 배민라이더스지회는 "회사 측이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배달원 건강 문제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랜 기간 일할 수밖에 없는 배달원 현실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배달원이 60시간 이상 일해야 생계비라도 벌 수 있다는 뜻이다.

민주노총이 업무 시간 단축에 반대하고 나선 이면에는 잠재적 노조원인 배민 배달원을 끌어들여 세를 키우려는 목적이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배민 지회 조합원은 70여명으로 전체 3~4%다. 배민 내에 또 다른 노조인 라이더유니온도 비슷한 규모다. 배민 내에서 제1 노조를 놓고 경쟁할 수밖에 없는 관계다.

업계 관계자는 "라이더유니온과 경쟁하는 민주노총 입장에서는 서둘러 조합원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회사 측을 압박해 민노총 입김이 먹힌다는 것을 배달원에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을 주장해온 민주노총이 배달원 업무 시간 단축을 반대하는 건 조직만 생각하는 이율배반"이라고 지적했다.

우아한 형제들 관계자는 "업무 제도의 재변경 여부는 확정하지 않았다"면서도 "민노총 지회와 충분하게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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