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의 의료 장비 적용에 관하여

<편집자 주> '월드투데이'는 인간과 오랜 시간 동고동락을 함께 하면서, 언제나 우리곁을 지켜 온 평생 반려동물 개의 생활습성과 질병 등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이 칼럼을 신설했습니다.

칼럼을 집필해 주실 분은 국내 최고 권위의 수의학자인 서정향 건국대 수의과대학 교수이십니다. 서 교수님은 오랫동안 개의 습성과 질병, 특히 암에 대해 연구를 해 오신 분입니다.

이 칼럼을 통해 인간이 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서정향 건국대 수의과대학 교수

 

우리집 반려동물의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

“우리 멍멍이(혹은 야옹이)가 혹이 생겼는데 동물병원에서 종양인 것 같대. 수술 전에 CT를 찍어보는 것이 좋겠다고….” 수의사가 가까운 지인들에게 사적으로 받을 수 있는 질문 중 가장 많은 빈도수를 차지하는 질문이다. “그런데, 이 검사가 꼭 필요할까?”

 

사람은 왜 건강검진을 받는가

사람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의료복지 수준이 상당한 우리나라에서는 때마다 건강검진을 받으라는 알림을 보내준다. 질병의 예방과 조기진단을 위해 흉부 방사선, 위장 및 대장내시경, 복부초음파와 같은 검사를 받을 때는 평소에 건강을 자신하는 필자도 왠지 모르게 위축되게 된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남몰래 조마조마하며 보내다가, 결과가 나오면 “거봐, 난 괜찮을 거라고 했잖아!” 하며 괜스레 으스대고는 한다.

초음파나 내시경은 이렇게 건강을 확실히 보장해줄 뿐만 아니라 우리 몸에서 이상 신호를 보낼 때 그 신호를 파악하는 유용한 검사들이다. 하지만 때로는 신호가 너무 미세하거나 특수해서, CT나 MRI 같은 장치를 이용해야지만 감지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듣기만 해도 위협감이 드는 이 장치들은 사실 이상 신호를 놓치지 않고 잡아내어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장치들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제공=픽사베이

현대 수의학, 어디까지 왔나

동물의 경우로 넘어가 보자. 현대 수의학의 발전은 의학의 발전 속도만큼 빠르다. 의학 분야에서 오랜 기간 효율성과 안정성, 유용성 검증을 거친 첨단 기술과 장비들을 바로 동물 의료 현장에 맞게 응용시키기 때문이다. 1895년 독일의 물리학자 뢴트겐이 미지의 전자파를 발견하여 X선이라고 명명한 불과 몇 개월 후, 물리학자들은 X선을 사람의 질병을 진단하는 데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수의사들도 발 빠르게 개와 고양이, 가축들의 질병 진단에 X선을 도입했고, 1950년대에 초음파와 내시경이, 70년대에 들어서는 CT와 MRI가 개발되어 80년대 이후로 동물병원에서도 상용화되었다. 최근 국내 한 국립대학의 수의과대학 부속 동물병원은 최첨단의 PET-CT를 도입하여 한국에서도 수의핵의학 시대가 시작되었다.

 

동물은 언제 검진 장비를 사용할까?

동물의 경우, 건강할 때 정기검진을 위해 내시경을 실시하지는 않는다. 지속적인 구토나 설사 등의 뚜렷한 임상 증상이 있을 때 위나 장 내시경을 실시한다. CT는 X선을 활용하여 입체적인 영상을 만들어준다. 머리뼈 기형이나 척추와 같은 뼈의 골절, 디스크 질환, 혈관의 기형(문맥전신순환션트, PSS), 종양의 폐 전이 평가를 아주 정밀하게 진단할 수 있다. 만약 반려견이 발작과 같은 신경계 증상들을 보인다면 MRI 자기공명영상촬영이 뇌질환이나 척수질환, 뇌출혈의 정확한 진단에 필수적이다.

동물 CT 기계
동물 MRI (사진제공=외트뵈시 로란드 대학교)
동물의 내시경 (사진제공=at the vets clinic)

동물병원에서 사용하는 장비는 어떻게 다른가?

동물병원에서 사용하는 내시경, CT, MRI는 사람 병원에서 사용하는 장치들과 다르지 않다. 진단 원리나 검사 방법도 모두 사람과 동일 하므로 보호자가 미리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다. 단 하나의 차이점이 있다면 검사 대상이 아픈 동물이며, 검사를 위해 진정제나 마취제를 투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검사 시간이 5분 내외로 짧은 CT는 비교적 부담 없이 실시할 수 있지만, 노령 동물의 경우 30분 이상의 검사 시간이 필요한 MRI 검사를 실시할 때에는 주치의와 충분한 상담을 가진 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반려동물과 더 오래 행복하게 살기 위하여

반려동물의 수명이 점점 증가되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인간은 반려견보다 5배 정도 더 오래 산다. 반려견도 노령화와 함께 종양(암) 발생률이 높아지고, 언젠가는 반려견의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 “이 검사가 꼭 필요할까?”라는 질문을 할 상황에 반드시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대부분의 보호자가 이 질문을 하는 이유가 불필요한 검사라고 생각해서가 아닌 금전적인 부담 때문이라는 것이다. 필자는 항상 이렇게 답하고는 한다. “이 검사들을 통해서 병을 정확히 알고 치료해야 반려견과 더 오래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검사와 치료를 마친 보호자에게 다시 연락이 오기를 기다린다. “거봐, 우리 멍멍이(야옹이)는 괜찮을 거라고 했잖아!”

(사진제공=픽사베이)

 

저작권자 © 월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