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월드투데이] 최필호 기자= 유엔이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에 직면해 피난 온 사람들을 강제로 본국에 되돌려 보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놨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은 태평양 섬나라 키리바시가 해수면 상승으로 2050년에는 사람이 살기 어려운 곳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1일 BBC 방송 보도에 따르면 유엔 인권위원회의 이 같은 판결은 태평양 섬나라 키리바시의 '이오아네 테이티오타'라는 한 주민이 해수면 상승으로 생명의 위협에 처했다면서 제기한 진정에 따른 것이다.

테이티오타는 2013년 뉴질랜드에 난민 보호 신청을 했다.

유엔은 그러나 테이티오타가 아직 임박한 위험에 있지는 않다는 이유로 개별 난민 신청은 기각했다.

다만 이번 판결의 취지는 다른 사람들이 기후 변화에 따라 망명 신청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유엔은 망명 신청자들이 기후 위기로 생명의 위협을 받을 때 이들을 송환할 경우 "개인들을 인권 침해 상황에 노출할 수 있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나라 전체가 물에 잠길 경우의 극단적 위험에서 이런 나라의 생활여건은 그러한 위험이 닥치기 전에 누리던 존엄한 생존권과 양립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유엔 판결은 구속력이 있지는 않지만 각국에 분명한 경고가 될 수 있다고 BBC는 평가했다.

즉 임박한 기후 관련 위험이 있는 나라로 난민 신청자를 되돌려 보낼 경우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판결을 끌어낸 테이티오타의 개별 난민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테이티오타는 키리바시에서 자신과 가족의 생명이 위험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엔 인권위원회에 자신이 살던 사우스 타라와 섬의 경우 해수면 상승으로 인근 섬들이 거주에 부적합하게 되면서 사람들이 몰려와 1947년 1천641명이던 인구가 2010년 5만 명 정도로 폭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사회적 긴장이 높아지고 소요와 폭력이 늘었으며 키리바시의 작황도 나빠져 향후 10∼15년 내 섬에 살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뉴질랜드 법원은 그의 진정을 기각했고 유엔도 뉴질랜드 법원의 손을 들어줬다.

유엔 위원회는 키리바시가 비록 살기 부적합하게 될 위험이 있기는 해도 테이티오타가 제시한 10∼15년 사이에 키리바시 공화국과 국제사회가 공조해 주민들을 보호하고 필요할 때 재이주 시킬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유엔 산하 협의체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은 키리바시가 해수면 상승으로 가장 위협받는 태평양 6개 도서 국가 중 하나로 2050년에는 사람이 살기 어려운 곳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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