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이 물건 망가뜨리지 않게 하려면 혼자있을때 지루하거나 두려움 느끼지 않아야 한다

<편집자 주> '월드투데이'는 인간과 오랜 시간 동고동락을 함께 하면서, 언제나 우리곁을 지켜 온 평생 반려동물 개의 생활습성과 질병 등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이 칼럼을 신설했습니다.

칼럼을 집필해 주실 분은 국내 최고 권위의 수의학자인 서정향 건국대 수의과대학 교수이십니다. 서 교수님은 오랫동안 개의 습성과 질병, 특히 암에 대해 연구를 해 오신 분입니다.

이 칼럼을 통해 인간이 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서정향 건국대 수의과대학 교수

대체 왜 망가뜨리니?

한번은 집에 사람이 없을 때 필자의 개가 음식물쓰레기 봉투를 뒤진 적이 있다. 얌전한 강아지라 그런 광경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큰 충격을 받았고, 그 이후로는 항상 음식물 쓰레기를 두는 뒤쪽 베란다 문을 꼭 닫아 출입을 막았다.

(사진제공=셔터스톡)

저번 주에 큰맘 먹고 산 좋은 구두를 개가 물어뜯어 놓으면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개의 관점에서 보면 특이한 냄새가 나는 물건이나 부드러운 물건을 물어뜯는 것은 전혀 잘못된 일이 아니다. 냄새와 맛으로 모든 물체를 감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 과정에서 물어뜯으며 노는 것은 개에게 재미있는 일이니,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본능일 뿐이다! 개들은 물건을 사람과 같은 가치로 평가하지 않음을 기억해야 한다. 즉 개에게는 저번 주에 산 새 구두나, 10년 된 낡은 구두나 별다를 것이 없다.

(사진제공=rover.com)

개들이 물건을 어지럽히거나 물어뜯는 행동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개는 혼자 남겨졌을 때 두려움을 느낀다. 이것은 물건을 물어뜯는 가장 대표적인 이유이다. 사람은 외출하고 돌아오는 것이 익숙하지만 개의 입장에서는 어색하고 불편한 상황이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있으며 스트레스를 받고 물어뜯을 대상을 찾는다. 대소변을 가리지 않기도 하고 짖거나 낑낑거릴 수도 있다.

둘째, 개도 지루함을 느낀다. 강아지가 혼자 오랜 시간 집에 남아있게 되어 따분함을 느끼면, 장난감을 찾아다니게 될 것이다.

셋째, 본능이다. 강아지가 새로운 세상을 탐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어뜯지 못하게 훈련하기

그렇다면 이러한 개의 본능을 인정해 항상 외출 후 어질러진 집을 보며 고통받아야 하는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대부분 훈련을 통해 극복 가능하며, 이는 주인도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개가 혼자 집에 남았을 때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최대한 지루하지 않도록 해 주어야 한다. 본능을 표출하되 주인과의 조율을 통해 주인이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 또한 집을 비운 동안 어지른 상태에 대해, 귀가 후 화를 낸다고 해도 개는 시간이 지난 행동과 지금 혼나는 것을 연결 지을 수 없어 효과가 없다. 따라서 집 청소를 깨끗이 하고, 개의 문제점을 파악해 기초 훈련부터 다시 해결점을 찾는 것이 좋다.

(사진제공=셔터스톡)

 

두려움, 지루함을 없애주자

우선, 집에 혼자 남겨져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해준다. 즉 혼자 있는 것에 적응하도록 연습을 시키는 것이다. 집에 있을 때 반려동물을 항상 곁에 두기보다 다른 방이나 자기 자리에 혼자 있게 한다. 이렇게 주인과 떨어진다는 사실이 그리 무섭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두려움을 없애도록 도와준다. 혼자 살면서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이런 훈련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두 번째는 개가 혼자 남았을 때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한다. 개는 평균적으로 인간의 2살정도의 지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나이대의 아기를 생각하면, 훈련받지 않은 개가 어느 정도로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 잠재력이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외출하기 전에 운동을 시켜 힘을 빼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혼자 남았을 때 따분함에 일을 벌이는 경우를 어느 정도는 방지할 수 있다. 외출하기 전 열심히 놀아준 후 먹이를 주는 것도 좋다. 배부른 개는 무엇인가 물어뜯기보다는 늘어져 잠을 잔다.

(사진제공=픽사베이)

셋째, 물어뜯거나 어지럽히면 안 되는 물건을 인지시킨다. 개가 호기심에 물건을 건드는 것은 본능이다. 전깃줄이나 신발 등 특정 물건만 물어뜯는다면, 물기 방지 스프레이를 뿌려보자. 개가 물어뜯는 시기가 되었을 때, 또는 새로운 개를 데려왔을 때 적용 가능한 방법이다. 물어뜯었을 때 쓴맛이 나는 즐겁지 못한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물어뜯는 행동이 점차 줄어들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지속해서 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개의 머릿속에 이 물건들은 항상 좋지 않은 맛이 난다는 것을 각인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스프레이를 뿌릴 때는 개가 보지 않을 때 뿌린 후, 환기하고 나서 개를 들어오게 한다. 이렇게 하면 방 전체가 아니라 특정 물건에서만 그 냄새가 난다고 인지하게 된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

강아지를 손으로 때리거나, 안고 소리를 지르는 것은 좋지 않은 방법이다. 이렇게 혼내는 것조차도 보상으로 착각해 더 많이 물어뜯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영리한 개들은 어떤 형태로든 주인의 관심만 끌면 된다고 생각한다.

 

행동반경 제한도 좋은 방법이다

아무리 훈련해도 고쳐지지 않는 심각한 경우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나, 단기간 버릇이 교정될 때까지 개의 행동반경을 제한한다. 한정된 공간에 있는 습관을 들이는 것을 먼저 실시한다. 울타리를 이용할 수도 있다. 하루에 두세 번씩 특정 공간에 약 5분간 혼자 있도록 훈련한다.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개껌 등의 간식을 주면서 시간을 조금씩 늘려나가면 그 공간에 개가 편안한 상태로 있을 수 있게 된다. 보호자도 편한 마음으로 외출할 수 있다. 이후 조금씩 행동반경을 늘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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