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자는 자세, 보통 안정감과 관계 있다

<편집자 주> '월드투데이'는 인간과 오랜 시간 동고동락을 함께 하면서, 언제나 우리곁을 지켜 온 평생 반려동물 개의 생활습성과 질병 등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이 칼럼을 신설했습니다.

칼럼을 집필해 주실 분은 국내 최고 권위의 수의학자인 서정향 건국대 수의과대학 교수이십니다. 서 교수님은 오랫동안 개의 습성과 질병, 특히 암에 대해 연구를 해 오신 분입니다.

이 칼럼을 통해 인간이 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서정향 건국대 수의과대학 교수

 

잠자는 우리 개 들여다보기

우리는 다양한 자세로 자는 반려견들의 귀여운 사진들을 SNS에서 자주 접하곤 한다. 우리 집 개도 가끔은 기상천외한 모습으로 잠이 들어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개들의 수면 자세들이 각각 개들의 정서적 상태를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안정감에 따라 자는 자세가 다르다

우선, 개들이 어느 정도 안정감을 느끼고 있는지에 따라 여러 가지 자세로 자게 된다. 개가 한쪽으로 누워 잔다면 우리 개는 심적으로 매우 안정된 상태라 할 수 있다. 옆으로 누워 있으면 배가 그대로 드러나 언제든 공격받을 수 있을뿐더러 위급한 상황에 즉시 다리를 움직여 도망가기도 힘들다. 이렇게 리스크가 큰 자세로 곤히 잠든다는 건 개가 그만큼 안전하고 편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사진제공=픽사베이)

일반적으로 개들은 주로 코와 꼬리가 맞닿게 몸을 웅크리고 자는데, 이는 위험하다고 느끼면 바로 움직이기 위함이다.

(사진제공=픽사베이)

 

추울 때도 웅크리고 잔다

하지만 우리 집 개가 웅크리고 잔다고 해서 마음의 평안함에 대해 너무 깊이 걱정하지는 않아도 된다. 이 자세에는 또 다른 장점이 있는데, 바로 체온 보존이다. 몸을 웅크리고 있으면 열이 빠져나가지 않아 따뜻하게 잠을 잘 수 있다. 그래서 특히 가을이나 추운 겨울 반려견에게서 이 자세를 더 자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더울 때는 어떤 자세로 잘까? 바로, 땅에 등을 대고 네 다리를 하늘로 쭉 뻗어 배가 보이는 자세가 가장 시원하다고 느끼는 자세다. 다른 부위에 비해 배에는 비교적 털이 적고, 엎드려 있을 때보다 공기 중에 노출되는 부분이 많아 몸에서 나는 열을 빨리 발산할 수 있고, 땀이 많이 나는 발바닥을 노출함으로써 이를 식힐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제공=픽사베이

 

놀고 싶고, 잠도 올 땐 슈퍼맨 자세

이 외에도 개의 활동성을 느낄 수 있는 자세가 있다. 마치 슈퍼맨처럼 앞다리는 앞으로 뒷다리는 뒤로 쭉 뻗고 엎드려 자는 개들이 있는데, 이들은 에너지가 넘치고 활발할 가능성이 크다. 주로 낮잠을 자는 개들에게서 간혹 볼 수 있는데, 졸리기도 하고 놀고 싶기도 한 아이들이 언제든 뛰어놀 수 있는 모습으로 자는 것이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

 

개도 꿈을 꾼다

물론, 개들이 한 자세로만 자진 않는다. 가끔은 자면서 다리를 떨기도 하고, 수영하는 것처럼 다리를 움직이기도 한다. 심지어 잠꼬대 하는 개도 있다. 마치 사람이 자면서 꿈을 꾸고 있는 모습과 매우 흡사해 보인다. 과연 개들도 꿈을 꾸고 있는 걸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이는 잠자는 개의 뇌파를 측정한 결과, 잠자는 사람의 뇌파와 비슷한 파형을 보이는 것을 통해 밝혀졌다. 

그렇다면 우리 집 반려견이 어떤 꿈을 꾸는지 궁금해진다.

(사진제공=픽사베이)

개의 꿈은 개 다운 내용일 것이라고 추측된다. 새를 쫓는 꿈, 공놀이 하는 꿈처럼 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다. 이는 실험을 통해 상당 부분 입증되었다. 쥐에게 미로 찾기를 시키면서 뇌파를 측정하고, 이후 잠들었을 때 측정한 뇌파를 비교했더니 두 뇌파가 매우 유사했다고 한다. 즉, 깨어 있을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꿈을 꾼다는 것이다. 이것은 쥐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포유동물에 해당한다.

(사진제공=픽사베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돌아다니거나 잠자리를 옮겨 다니는 반려견도 있다. 그것은 반려견이 심적으로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주인과 떨어져서 불안할 수도 있고, 잠자리가 불편해서 일수도, 잠들 수 있을 만큼 편안하지 않거나 등등 이유는 다양하다. 그럴 땐 평소 반려견이 편하게 여기는 자리를 관찰하여 그곳으로 잠자리를 옮겨주거나, 잠자리의 쿠션을 바꿔주는 등 반려견의 마음을 읽도록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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