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현미경사진 (사진제공=서울대병원)

 

[서울=월드투데이] 한기택 기자 =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구강과 혈청뿐만 아니라 항문에서 채취한 검체에서도 검출된다는 연구결과가 중국에서 나왔다. 이 연구 결과는 코로나19가 에어로졸 형태로 전파될 수 있다는 중국의 공식 인정을 뒷받침한다. ‘에어로졸 전염’은 한 공간에서 숨만 쉬어도 전염될 수 있는 형태다.

20일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와 우한 폐병원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신종 미생물과 감염'(Emerging Microbes and Infections)에 발표한 논문에서, 우한에서 코로나19로 진단받아 10일째 치료 중인 환자 15명의 항문에서 면봉으로 검체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4명(26.7%)이 바이러스 양성으로 확인됐다.

환자들이 감염의 후반 단계로 갈수록 구강에서 채취한 검체보다 항문에서 채취한 검체에서 양성률이 더 높았다.

연구팀이 검체를 채취한 실험 첫날에는 구강 면봉의 바이러스 양성률이 50%로, 항문 면봉(25%)보다 높았다. 하지만, 실험 5일째가 되자 구강 면봉의 양성률은 25%로 낮아졌지만, 항문 면봉의 양성률은 오히려 37.5%로 더 높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또한 일부 환자의 경우 혈청 검사에서는 바이러스가 검출됐지만, 구강 검체에서는 음성으로 나타났다. 바이러스가 지속해서 증식하는 상태에서도 구강 검체에서는 바이러스 RNA가 검출되지 않아 검사에 오류가 날 수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구강 검체에서 음성이더라도 항문 검체나 혈청 검체에서는 양성이 나올 수 있다"며 "구강검체 뿐만이 아니라, 항문검체, 혈청검체를 이용해야 검출률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밀폐된 환경에서 에어로졸(공기 중에 떠 있는 고체 또는 액체 미립자)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는 우려와도 연결된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국가위건위)는 이날 처음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에어로졸 형태로 화장실의 하수도를 거쳐 전파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이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당시 홍콩의 한 아파트에서 감염자가 용변을 보고 물을 내린 뒤 바이러스가 포함된 에어로졸이 배수구 등으로 퍼져 321명의 2차 감염을 냈다는 분석과도 연관이 있다.

중국 호흡기 질환의 최고 권위자인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환자의 대변에서 바이러스를 분리한 자료를 제시하며 "하수도가 새로운 전염원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는 "하수도에 머물러 있던 배설물 내 바이러스가 바람을 통해 공기 중으로 빠져나올 때 사람들이 바이러스가 함유된 공기(에어로졸)를 흡입하면 감염 위험이 있다"며 "주택이나 공공장소에서 하수도가 잘 통하도록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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