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 들으면 스트레스 덜 받고, 헤비메탈은 싫어한다

<편집자 주> '월드투데이'는 인간과 오랜 시간 동고동락을 함께 하면서, 언제나 우리곁을 지켜 온 평생 반려동물 개의 생활습성과 질병 등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이 칼럼을 신설했습니다.

칼럼을 집필해 주실 분은 국내 최고 권위의 수의학자인 서정향 건국대 수의과대학 교수이십니다. 서 교수님은 오랫동안 개의 습성과 질병, 특히 암에 대해 연구를 해 오신 분입니다.

이 칼럼을 통해 인간이 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서정향 건국대 수의과대학 교수

인간에게 음악이란

붐비는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 많은 사람들이 귀에 이어폰을 꽂고 저마다 행선지를 향해 간다. 이어폰을 통해 사람들이 듣고 있는 것, 그리고 듣는 이유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밀린 드라마나 스포츠 중계를 보면서 지루한 통근 시간을 달래는 사람도 있고 어학 공부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는 단순히 소음이 싫어 아무것도 흘러나오지 않는 이어폰을 꽂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음악을 듣는 사람들 아닐까? 현대인들에게 음악은 중요한 존재다. 매일 음악 차트에 쏟아지는 새로운 음악이 이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음악은 많은 사람에게 무료함을 달래주는 존재이자, 활력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위로가 되는 존재다.

 

우리 개를 편안하게 만드는 음악, 진짜일까?

요즘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등에 접속하면 “우리 개를 편안하게 만드는 음악”이라는 동영상이 종종 등장한다. 흔히 동물은 사람보다 청각이 발달하였다고 하지 않는가? 동영상에 달린 댓글을 살펴보면 “실제로 이 음악을 듣고 우리 개가 덜 불안해한다”든지 “편안하게 잠들었다”라는 내용이 있다. 이러한 의견들은 과연 신빙성이 있을까? 그냥 보호자가 듣기에 잔잔한 음악이라 보호자 입장에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사진=셔터스톡

 

클래식 음악 들은 개, 스트레스 덜 받는다

이런 의문에 대하여 호기심 많은 학자들이 실험을 진행하였다. 한 연구에서 건강 검진이나, 긴급하지 않은 질환의 진료를 위해 동물병원에 방문한 개를 상대로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었다. 그 결과, 아무런 음악을 들려주지 않은 개보다 클래식 음악을 들은 개들이 건강 검진 동안에 불안감이나 공격성을 덜 나타냈으며, 주인의 만족감도 더 높았다고 한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클래식 음악을 들은 개가 실험하는 동안 짖거나 문을 긁는 행위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악이 정서적 안정감에 도움을 준다는 내용은 개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종에서도 검증된 사례가 있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자란 닭은 그렇지 않은 닭에 비해 체중이 더 빠르게 늘어났으며, 소도 우유를 짜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덜 느꼈다는 보고가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심장 박동수와 비슷한 60 bpm 정도의 클래식 음악을 들었을 때 불안감과 우울감이 감소한다는 연구가 존재한다.

 

시끄러운 음악은 싫어요!

헤비메탈이나 록처럼 시끄러운 음악을 들으며 내적 평화를 도모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것 처럼 개도 록 음악의 팬은 아닌 듯하다. 미국의 한 연구자가 동물보호소에 사는 개들에게 클래식 음악과 헤비메탈을 들려주자, 클래식 음악을 들은 개들은 좀 더 안정적이고 잠도 더 많이 자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헤비메탈을 들은 개들은 몸을 떨며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고 한다.

사진제공=아이스톡

나도, 우리동물도 함께 편안해지는 음악

인류는 몇백 만 년 전에 이 지구에 나타나 몇 만 년 전부터 음악을 만들어왔다. 고대에 동물 우는 소리를 흉내 내며 놀던 것이 중세에는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이 되고, 현재의 다양한 음악 장르에 이르기까지 발전한 모습을 생각하면 인간이란 참으로 재기발랄하지 않은가! 개도 자기 종족만의 음악을 가지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지 인간인 우리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들도 클래식 음악에서 심신의 안정을 얻는 것이 자명하다. 필자도 예전에 기르던 고양이가 밤에 잠을 못 자고 울 때, ‘고양이를 편안하게 해주는 음악’을 찾아서 틀어준 적이 있다. 그 음악은 일반적인 피아노 연주곡이었는데, 신기하게도 고양이가 우는 것을 멈추고 평화를 찾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필자도 잔잔한 음악을 함께 들으며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다는 말씀.

만일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분의 개가 힘든 날을 보내는 것 같다면, 함께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건 어떨까?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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