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임원들의 '미공개 정보 주식거래'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21일 신라젠 서울 지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하고 있다. 여의도 신라젠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들이 압수수색 물품 반출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서울=월드투데이]안종만 기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한 의혹을 받는 바이오기업 신라젠의 현 대표의 자택까지 압수수색을 단행하는 등 전·현직 임원들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검찰이 최근 전 대표 등 임원 2명을 구속하며 수사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신라젠에 대한 직접 수사는 아니지만 폭발력이 큰 화약고가 될 수 있는 '검언 유착' 의혹에 대해서도 신라젠이 주요하게 거론되고 있다. 21대 총선 이후 신라젠을 둘러싼 검찰의 수사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22일 검찰에 따르면 해당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서정식)는 전날 신라젠 서울 여의도 사무실과 문은상 대표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신라젠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은 지난해 8월 부산 본사 등을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코스닥 상장사 신라젠은 한때 시가총액 9조8000억원(2위)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으나 펙사벡 임상 실패로 주가가 추락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도 속출했다.

이 과정에서 신라젠의 전·현직 임원들이 펙사벡의 임상 실패를 사전에 알고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보유 주식을 팔아 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이 수사에 나선 것이다.

최근 이용한 전 신라젠 대표와 곽병학 전 감사를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등의 혐의로 구속하면서 수사에 탄력을 받은 검찰은 문 대표를 소환해 조사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신라젠 사건은 전·현직 임원들의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매매' 혐의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신라젠이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여권 인사들이 개입돼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면서 수사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한 종편기자가 신라젠의 대주주였던 이철(55)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 사실을 털어놓으라고 압박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이철 대표와 유 이사장은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을 매개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MBC는 지난달 말 채널A의 한 기자가 신라젠 대주주였던 이 대표의 대리인 지모씨를 여러 차례 만나 현직 검사장과의 친분을 앞세우며 '유 이사장이 신라젠과 관련해 비위를 저지른 사실을 털어놓으라'고 압박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실제 지난 2016년 한 친노(친노무현) 인사는 이 대표에게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3년간 국정홍보처장을 지냈던 김창호 전 처장은 이 대표로부터 2012년부터 2014년 초까지 약 6억2900만원의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이 선고됐다.

다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전날 유튜브 방송인 '유시민의 알릴레오 시즌2'를 통해 신라젠과의 연관성을 재차 부인했다.

유 이사장은 "구속된 신라젠 임원 두 사람의 휴대전화 등을 뒤져도 제 전화번호가 없을 거다. 실제로 전화번호를 모르기 때문"이라며 "지금도 검찰이 파고 있다면 포기하라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이렇게 세게 나올 때는 검사들도 '여기 파봐도 물이 안 나오나 보다'하고 접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검언유착' 의혹 수사 과정에서도 신라젠을 둘러싼 조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지난 7일 "채널A 이모 기자와 성명불상의 현직 검사가 서로 공동해 신라젠 대주주였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공포심을 느끼게 할 정도의 해악을 고지했다"며 이들을 협박죄로 고발했다.

김서중 민언련 상임대표는 전날(21일) 고발인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김 대표는 "채널A 기자가 한 일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인데, 그런 일들이 사회적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검찰 수사 들어가는 게 안타깝다"며 "조사권 없는 상태서 진실을 밝히기 어렵다. 수사권 있는 검찰이 명명백백히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혹 수준이긴 하지만 간부들도 연결되어 있고 더 윗선이 연결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검찰 수사는 그 윗선과도 관련 있는지 반드시 수사해야 한다. 수사 과정에서 윗선도 관련 있다는 단서 나오면 저희는 또다시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검언유착' 의혹 보도 과정에서 제기된 '차명투자' 의혹과 관련해 최경환 전 부총리가 고발한 MBC 보도 건에 대해서도 수사를 펼치고 있다.

앞서 최 전 부총리는 자신과 주변 인물이 신라젠에 65억원을 투자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MBC 박성제 사장과 민병우 보도본부장, 왕종명 앵커, 장인수 기자, 이 전 대표, 이 전 대표의 법률 대리인 이지형 변호사, 제보자 지씨, 곽병학 전 신라젠 감사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해당 사건은 서울남부지검에 접수됐지만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됐다. 검찰은 지난 21일 최 전 부총리 측 변호인을 대상으로 고소인 조사를 진행했다. 조만간 MBC 취재진과 '제보자X'로 알려진 지모씨 등도 피고소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17일 대검 인권부장으로부터 채널A 취재와 MBC 보도 관련 사건의 진상조사 중간 결과를 보고 받고 "언론사 관계자와 불상의 검찰 관계자의 인권 침해와 위법 행위 유무를 심도있게 조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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